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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실거주 이유 전세 계약갱신 거절, 입증책임은 임대인에게” 첫 판단
1·2심에선 임대인 승소
대법, 임차인 승소로 판결 뒤집어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집주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했다면 실거주 의사에 대한 입증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그간 하급심에선 입증책임이 세입자에게 있다는 판결이 많았는데, 대법원은 집주인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임대인(집주인) A씨가 임차인(세입자)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에서 임대인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임대인 A씨는 임차인 B씨 부부와 2019년 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 대해 전세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6억3000만원에 계약기간 2년 조건이었다. 이후 계약 만료를 앞두고 A씨는 B씨 부부의 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했다. A씨는 “사업이 어려워져서 서울의 다른 아파트를 급매로 팔고 가족 모두가 이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1회에 한해서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데, 대표적인 정당한 사유가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다. 하지만 B씨 부부는 A씨의 계약갱신 거절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건이 법원으로 왔다.

1심은 임대인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2021년 11월, “B씨 부부가 A씨에게 부동산을 인도하라”며 “A씨의 계약갱신 거절에 따라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A씨 가족의 실거주계획이 과연 진정한 것인지 의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진실성을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제출된 것도 아니다”라고 하긴 했다.

A씨가 갑자기 노부모가 거주할 예정이라며 주장을 바꾼 점, 서울의 다른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한다면서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아 아직도 이를 보유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실거주 계획에 개연성이 있고 가족관계나 부동산 소유현황에 관해 거짓말을 하는 등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며 “실거주 계획은 임대인의 주관적인 의도에서 비롯되는 결과이기 때문에 장래의 사정에 관한 것으로서 적극적인 입증이 쉽지 않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B씨 부부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임차인인 B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 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계약갱신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되는 언동의 유무, 이사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와 가족에게 실거주를 해야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급매로 처분하겠다던 다른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은 채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실거주 의사가 통상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간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 존재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하급심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며 “이번 판결은 실거주 의사에 대한 증명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 이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명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환영한다”며 “기존의 잘못된 하급심 판결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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