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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과일에 타이레놀까지 ↑ 아이 키우는 집은 삼중고
물가는 계속 오름새…그런데 월급은 제자리
지난 24일 방문한 청량리 청과물시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아이 이유식에 브로콜리 같은 야채가 들어가야 하는데, 채솟값이 너무 올랐어요. 브로콜리는 국내산 5000원 하니까. 시장에서 저렴하게 떼 온 주위 마트에서 사거나, 온누리 상품권을 사서 사려고 해요. 할인되는 걸로 사니까 약간 질이 떨어질 때도 있어요.”(1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37) 씨)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은 전월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 안정세를 보이던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물가까지 올라 부담을 키우고 있는 와중 아이들 비상상비약인 해열제 가격도 올랐다. 아이 키우는 집은 물가 상승을 곱절로 느끼는 셈이다.

고등학교 1학년, 3학년, 20살 자녀를 키우는 허모(49) 씨 또한 물가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허씨는 “아침에 가족들이 늘 사과 1개를 먹었는데, 요새는 한 개에 1000원이 넘는다”며 “전통시장에 가서 10㎏짜리 B급 사과를 4만원 대에 구매해서 먹는다. 1~2주면 다 먹는데, 사과 가격이 너무 뛰어서 이제는 반개씩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증가했다. 상승폭은 지난 7월(2.3%)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농산물값이 계속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과실 물가 상승률은 24.1%를 기록했다. 품목별 물가상승률은 사과가 55.5%로 가장 높았고 복숭아(44.4%), 수박(33.9%), 딸기(35.4%), 감(24.6%)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채소는 9.4% 올랐다. 오이(39.9%), 파(39.3%), 생강(32.6%), 토마토(31.6%), 호박(25.3%), 상추(24.9%) 등의 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중소기업의 급여액은 364만7200원, 상여금은 32만8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357만9900원, 32만7200원이었다. 각각 1.88%, 0.24% 증가한 수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종사자는 8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도 오름새인데, 병원비도 부담되는 상황이다. 아이들 해열제 가격도 상승이 예고되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어린이 해열제 약가가 인상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어린이타이레놀은 1병(500㎖)당 9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랐다. 용량상 1㎖당 18원에서 28원으로 55.6% 증가한 액수다. 2살 아이와 7살 아이 두 명을 키우는 A(41)씨는 “한 번 병원을 갈 때마다 병원비와 약값 합해서 5000원 정도 드는데, 감기 한 번 걸리면 매일 병원을 다녀야 한다”며 “언제 아플지 몰라서 어린이용 해열제도 구비해 놓는데, 약값이 오르면 이중으로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채소류 가격. 전통시장에서는 4입에 2000원인 브로콜리가 대형마트에서는 2입에 4000원이다. 박지영 기자.

식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전통시장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5~6개입 1만원 선인 사과 가격이 전통시장에서는 10개 1만원 선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브로콜리 등 야채도 저렴했다. 마트에서 2입에 4000원선인 국내산 브로콜리는 4입에 2000원이었다. 절반 가까이 아낄 수 있는 탓에 지난 24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와 농산물 시장을 방문한 박모(42)씨는 “10만원이면 식재료 8개는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2~3개 정도 밖에 못 산다”며 “물가가 오르고부터 늘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물가는 먹거리 물가인데, 먹거리 물가가 잡히지 않다보니 물가 상승을 체감하고 있는 것”면서 “지난해 5월 물가상승률이 5%대에 진입한 이후 더 오르고 있기 때문에 물가 오름새를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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