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카페·단체 중심으로 ‘셀프 음주신고 미성년자’ 불이익 요구
국민의힘, 미성년자 음주 먹튀 방지법 추진, 행안부는 법개정 나서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술 먹고 ‘셀프 신고’ 시도하는 미성년자도 강하게 처벌해 주면 안되는 걸까요.”
서울 광진구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2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올 초 황당한 이유로 영업정지 2개월을 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미성년자 3명이 신분을 속인 채 14만원 상당의 술을 먹은 뒤 인근 경찰서에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고 스스로 신고했고, 음식점은 영업정지 2개월을 당했다”라며 “2021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 연이어 이같은 피해를 입어 가게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미성년자가 음주 후 ‘셀프 신고’해 처벌받는 자영업자가 늘자 정부는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지난 6월부터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더라도 미성년자들이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했다면 사업주에게 내려진 영업정지 처벌은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으면 악용하는 사례는 계속될거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미성년자에 주류를 팔다 적발되는 건수는 2021년 1648건에서 지난해 1943건까지 늘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팔다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하는 자영업자 B 씨는 “신분증을 위조한 것은 미성년자인데 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며 “해당 미성년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자영업자 C 씨는 “(미성년자 음주가 적발되면) 우리가 2000만원을 낼게 아니라 미성년자가 2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왜 피해자가 돈을 내야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C 씨는 위조 신분증을 감지하기 위해서 100만원짜리 지문 인식기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단체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불이익 주는 방안에 대한 강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미성년자들에게 벌금까지 주는 방안이 어렵다면,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미성년자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거나 봉사를 하게 만드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당정은 미성년자가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신고하는 등의 행동으로 자영업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상황을 근절하기 위해 이른바 ‘미성년자 음주 먹튀 방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업자가 구매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현재 일부 법률에만 명시된 행정상 제재 처분 면책 규정을 나이 확인이 필요한 영업 전반으로 확대해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현행 청소년보호법, 공중위생법 등 6개 관련 법안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위조 신분증 등으로 술·담배를 구매한 청소년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했다. 행안부는 주민등록법 개정에 따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이나 복사본을 부정 사용하다 적발되면 앞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전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타인의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이나 복사본을 부정 사용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 법에 명시됐다. 이번 개정을 통해 위조 신분증을 사용한 미성년자를 처벌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악용하는 행위를 막아 범죄를 조기에 예방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