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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골 약국에 붙은 부고장, 포스트잇 한가득…노부부 사연에 뭉클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통해 사연 알려져
주민들 “감사했다. 편히 쉬시길” 애도 잇따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한 약국에 부고장과 함께 손님들이 애도 인사를 적은 포스트잇과 편지들이 붙어있다. [SNS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마을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약국의 약사가 세상을 떠나자 주민들이 약국 앞에 포스트잇을 가득 붙여 놓은 사연이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부근에 있는 한 약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이 이용하던 동네 약국 부부의 사연을 삽화로 그려 올렸다.

작가는 삽화에서 “저희 동네에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약국이 있다”며 “평소에도 아침 일찍 문 여시고 늦게까지 어둑한 골목을 밝혀주는 약국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저씨가 약사시고 노부부가 하셨는데 아주머니도 항상 친절하셔서 약 사러가면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던 게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키크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삽화에 따르면 어느 날 약국은 며칠 문을 닫더니 한 달 넘게 문을 열지 않은 채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를 붙였다.

약사 부부가 어디 아픈가 궁금하던 작가는 동네 당근마켓에서도 약국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걸 봤다. 그 뒤 약국을 지나가던 작가는 약국 앞에 붙어 있는 종이를 보고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약사의 별세를 알리는 부고 안내장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약국에는 동네 주민들이 '감사했다'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포스트잇이 하나 둘 붙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동안 그분들께 받은 친절함과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이렇게 표현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며 “아주머니도 건강 잘 챙기셨으면..아마 굽은다리역 근처 주민들 모두 한마음일 거 같다”고 했다.

고인의 딸은 키크니 작가의 인스타 계정에 글을 올려 애도를 보낸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딸에 따르면 약국 부부가 한달 여간 문을 닫은 데는 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어느 날 어머니는 새벽 녹색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폐기능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행복한 순간도 잠시 이번엔 아버지가 폐동맥 혈전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딸은 "칠순 생일 3일 남겨두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로 아빠를 떠나보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울어주고 안타까워해 주실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도 모든 게 꿈만 같다. ‘딸 때문에 살아요’ 라고 항상 말 해 주시던 아빠.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꼭 다시 아빠 딸로 태어나고 싶다"면서 "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제보자, 키크니님께도 아버지를 대신해 정말 감사드린다. 조금은 쑥쓰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거다"라고 인사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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