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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내면 난민 거부권 부여...이민장벽 더 높이는 유럽
EU ‘新 이민·난민 협정’ 타결
난민 수 회원국 분배 공식화
佛, 2세 자동국적 규정도 페지
반발 여론에 마크롱 “필요한 방패”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의회 본회의에서 이민 문턱을 높이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스크린에 찬성(pour) 349 반대(contre) 186으로 가결상황이 표시돼 있다. 이로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이민법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로이터]

포용적 이민 정책을 펼쳐왔던 유럽 국가들이 이민자에 대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년 간의 협상 끝에 난민 심사와 회원국별 배분 방법을 정한 ‘신(新) 이민·난민 협정’을 20일(현지시간) 타결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제안한 것보다 한층 강화된 이민 억제 법안이 전날 의회를 통과했다.

EU 이사회 의장국인 스페인은 “회원국과 의회, 집행위원회 대표가 밤샘 협상을 거쳐 신 이민·난민 협정의 정치적인 핵심 요소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협정은 그리스, 이탈리아처럼 아프리카·중동과 가까운 지중해 해변 EU 회원국에 난민 유입의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다른 EU 회원국으로 분배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돈을 내고 ‘난민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공식화되면서 사실상 난민에 대한 유럽의 벽은 높아졌다.

협정은 그간 산재했던 EU의 난민 관련 5개 규정을 포괄해 단일화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의무적 연대’라고 명명된 ‘이주·난민 관리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 중 일부가 난민 유입에 부담이 발생할 때 다른 회원국은 일정수의 난민을 나눠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으려면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대신 그 수에 따라 EU의 기금에 돈을 내야 한다. 수용 난민 수는 연간 3만명, 거부 금액은 난민 1명에 2만유로(약 3000만원)로 잠정 결정됐다.

난민을 거부하는 대가로 돈 대신 본국에 물품 지원이나 인프라 건설을 할 수도 있다. 난민 유입으로 일부 국가에만 편중된 부담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단일화된 ‘사전 심사 규정’은 입국 전 난민 신청자의 국적, 나이, 지문, 얼굴 등 기초적인 신원 정보를 신속히 조사하고 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보안 심사도 이 단계에서 할 수 있다. 난민의 생체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 ‘유로닥’ 규정도 기존 신청서 기반에서 신청인으로 개선해 중복 신청을 막고 이 정보를 사전 심사 단계에서 저장하도록 개정됐다.

난민 심사 단계에선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기존 절차 외에 상대적으로 승인율이 20% 안팎으로 낮은 국가에서 온 난민은 국경에서 최장 12주가 걸리는 패스트트랙 과정으로 심사해 송환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EU는 이 협정을 통해 난민지위 인정 가능성이 없는 난민 신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이사회와 의회가 이 협정을 공식 채택하면 내년 6월 EU의회 선거 이전에 발효될 전망이다.

합의안이 타결되자 지중해 난민의 첫 도착지였던 이탈리아를 포함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은 일제히 환영했다.

특히 프랑스 의회는 전날 이민자에 대한 복지를 줄이고 추방을 더 쉽게 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이주민이 주택·아동 수당 등의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실업자의 경우 프랑스에서 5년을 거주해야 하며 일을 하는 이들은 3개월을 거주하도록 규정했다. 또 이민자 규모 할당제를 도입하고 성년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 취득하던 이민자 자녀들에 대해 16~18세에 국적 취득을 신청하도록 했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태생 외국 국적자는 국적 취득이 금지되고, 경찰 등을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중 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도 허용된다.

개정안이 통과되고 일각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날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이민법은 정부의 것이 아니라 의원들과 타협의 산물”이라며 “이민법은 우리에게 필요한 방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이민은 “국가로서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없는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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