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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이 정도면 전생에 원수였다고 해도 믿겠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앙숙’이라고 표현할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두 회사가 보툴리눔 톡신에 이어 이번에는 V라인 주사로 일컫는 지방분해 주사제로 경쟁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평행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메디톡스는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에 턱밑 지방 개선을 적응증으로 하는 지방분해 주사제 ‘뉴브이(MT921)’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메디톡스 측에 따르면 뉴브이는 세계 최초로 콜산(Cholic Acid, CA)을 주성분으로 해 체내 지방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출시된 데옥시콜산(DCA) 성분의 주사제 대비 계면활성이 낮아 통증과 부종, 멍, 색소침착 등 이상반응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내 10개 의료기관에서 총 2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시험을 완료했으며 기존 지방분해 주사제 대비 턱밑 지방 개선율과 환자 만족도, 턱밑 지방의 부피 개선율이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주력 사업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필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연계 프로모션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내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브이의 직접적인 경쟁 제품은 ‘브이올렛’이다. 데옥시콜산 성분 주사제인 브이올렛은 지난 2021년 대웅제약이 출시했다. 뉴브이가 원하는 턱밑 지방 개선을 적응증으로 받은 제품은 브이올렛이 유일하다.

브이올렛[대웅제약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원래 턱밑 지방분해 주사제는 엘러간의 ‘벨카이라’라는 제품이 있었는데 국내 시장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 2020년 철수했다”며 “현재는 브이올렛 만이 턱밑 지방분해 주사제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이올렛은 이중턱·무턱 개선과 함께 V라인 효과, 피부 탄력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메디톡스의 계획대로 내년 뉴브이가 허가를 받고 출시를 하게 되면 두 제품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 공교롭게 두 회사는 앞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놓고 다툼을 벌인 바 있다.

두 회사의 악연은 지난 2017년부터다. 당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제품명 메디톡스)의 균주를 빼돌렸다며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전 메디톡스 직원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에 2021년 서울중앙지검이 대웅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대웅제약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메디톡스는 검찰에 다시 항고했고 이번에는 검찰이 대웅 측이 일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올 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넘기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도록 판결했다.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제조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총 400억원도 지급하라고 했다.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헤럴드DB]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헤럴드DB]

이와 함께 두 회사는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ITC(국제무역위원회) 소송도 진행된 바 있다.

이런 법적 공방을 치르며 두 회사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업계에서는 타 회사를 직접 언급하며 비난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하지만 두 회사는 소송이 장시간 진행되며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두 회사의 관계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