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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찾아온 48m 초대형 미디어아트…‘후추’ 따라 항해했더니 실크로드가 보이네 [요즘 전시]
코치·말라카·취안저우 등 이어진 경로
초대형 스크린 따라가다 보면 항해 느낌
게임·조각·설치미술 등 다양한 방식 전시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전시 전경.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도양과 접해있는 인도의 항구도시 코치,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말레이시아의 해상 왕국 말라카, 마르코 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도시”라고 극찬한 중국의 취안저우. 서로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각기 다른 세 도시.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당시 금보다 비쌌던 아시아의 산물, 바로 ‘후추’가 교역된 해상 실크로드 배경이 된 도시라는 점이다.

1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 코치, 말라카, 취안저우까지 세 도시의 해상 경로를 따라 경험하는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미디어아트 융복합 전시가 열렸다. 공식 개막은 22일부터로, 내년 6월 16일까지 열린다.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전시 전경. 이정아 기자.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전시 전경. 이정아 기자.

전시 공간을 관통하는 길가 양옆으로 힘찬 파도의 거친 갈기가 남은 포말이 가로 48m, 높이 9.6m에 이르는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졌다. 서로 다른 문화 예술이 대대적으로 혼거하고 융합하는 동아시아 대항해 시대의 항해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몰입성을 높인 VFX(시각특수효과), 관람객 참여형 미디어아트 작품도 대표적인 해상 교역품인 강황, 비단, 도자기와 한데 어우러져 표현됐다.

이날 만난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거대한 규모의 설치미술과 융복합 미디어, 특히 비디오 아트에 최적화된 전시장”이라며 “유명 연예인에 의존해 일회성으로 관람객을 늘리는 게 아닌, 전당 자체가 가진 콘텐츠 힘으로 지속적인 가치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11월 말 현재 220만명의 관람객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방문했다. 180만명이 다녀간 지난해보다 22%가량 늘었다.

600평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가졌지만, 뛰어난 세기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항온·항습 전시관이 올해 초 문을 연 복합전시 6관(120평) 한 곳 뿐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다만 ‘아시아성’을 저변으로 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폭넓게 해석된 특화 공간이라는 점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다른 전시장과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이음지음’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클리나멘’. 이정아 기자.
‘이음지음’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 코이치로 아즈마의 ‘무한차륜’. 이정아 기자.

실제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품들은 표현 방식에 경계가 없었다. 영상, 조각, 게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설치미술, 보존물까지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그간 주류 미술에서 소외된 아시아 고유의 사상과 미(美), 공간을 탐험하고 찾아나가는 재미가 두드러진다.

복합전시 2관에서 개막하는 ‘이음지음’ 전시장 중앙에는 거대한 중정을 중심으로 무려 180개의 백자 그릇이 푸른 물 위에 떠 있었다. 물결에 따라 비규칙적으로 그릇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버려진 자전거 바퀴 56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무한차륜’은 높이 5.3m에 달한 설치미술이자, 관람객이 직접 바퀴를 굴리는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가이아의 도시’는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과 문명의 주체인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프랑스, 시에라리온 등 5개국 현대미술과 11명의 작품 22점이 전시된다.

특히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희생된 자연과 그럼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간과 공존해온 식물의 능동적 의지가 드러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현대 미술 거장인 중국의 아이 웨이웨이의 ‘궁전’과 ‘층’, 최근 아시아의 젊은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일본의 유이치 히라코의 ‘나무로 된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가이아의 도시’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 아이 웨이웨이의 ‘궁전’. 이정아 기자.
‘가이아의 도시’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 유이치 히라코의 ‘나무로 된 나무’. 이정아 기자.

이 전당장은 “올해 처음으로 연간 회원권 제도를 도입했는데, 2시간 만에 완판됐다”며 “전시 뿐만 아니라 브런치콘서트·수요극장 등 공연과 학술·연구, 지원사업까지 아우르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전당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융복합 콘텐츠 연구개발을 위한 실험실(Lab), 창·제작 스튜디오, 작가들이 창·제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지던시도 운영 중이다.

한편 5·18 민주화 운동의 최후 항쟁지였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터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5년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 문화시설이다. 예술극장과 문화창조원은 물론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등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건립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다. 개관 6년 만에 초대 전당장으로 이 전당장이 선임됐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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