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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거란전쟁' 양규의 곽주성 탈환의 의미[서병기 연예톡톡]
양규 역의 지승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17일 방송된 KBS ‘고려거란전쟁’의 12회 마지막 장면을 보면, 충주 호장인 박진(이재용)이 복면을 쓰고 나타나 몽진 중인 현종(김동준)에게 칼을 겨누며 극강의 소름을 유발했다.

거란이라는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 외란(外亂)인데, 만만치 않은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는 지방을 장악하지 못했다. 지방은 호족세력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혼인정책, 기인, 사심관 제도 등을 활용해 지방 통치를 강화해 나가다 성종이후에냐 외관(지방관)을 파견할 수 있었다.

‘고려거란전쟁’의 배경이 되는 현종때에도 지방호족이 중앙관료로 편입됐다 해도 호족을 완전히 규합하지는 못해 왕이 고려 영토 전체를 통치하지 못했다. 몽진중인 현종은 "개경에서는 왕이었는데, 고려 전체 왕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충격을 받은 사실을 고백했다.

게다가 충주 호장 박진(이재용)은 이미 아들을 군대에 보내 잃은 상태인데, 또 군사들을 징발하라는 황제의 명에 사감까지 더해져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현종은 처음부터 몽진하지는 않았다. 신하중에는 항복하자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현종은 중전을 포함해 모든 신하를 피난가게 해놓고 개경을 사수하려고 했다. 단검 하나 든 채. 하지만 거란에 서서히 이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강감찬(최수종)의 냉혹한 조언을 받아들이고 몽진에 나섰다. 이 점에서 보면 현종의 몽진은 조선 시대 선조나 인조의 몽진과는 다르다.

거란에게 함락되는 개경의 모습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경을 금치 못했던 강감찬은 거란 사신이 현종이 숨을 거뒀다고 속이려 하자 황제가 살아 계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12회 방송 최고 장면은 ‘흥화진의 늑대’ 양규(지승현 분)와 김숙흥(주연우 분)의 연합작전으로 성공시킨 짜릿한 곽주성 탈환이다.

공성전에서 성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10배의 병력이 필요하다. 양규는 6천~7천여명의 병력으로 6만~7만여명의 병력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양규의 곽주성 탈환은 적의 중간 보급로를 끊어놓았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임진왜란때 왜군을 맞아 진주성에서 두 차례의 격전을 벌여 김시민 장군을 잃었고, 성이 함락되자 김천일 의병장은 자결하는 등 큰 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진주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육지에 있는 왜군들의 보급로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규가 곽주성을 확보해 놓으니 거란군이 오락가락한다. 야율융서(김혁 분)는 하룻밤 만에 곽주성이 고려군에 의해 함락됐다는 전령을 받고 극노했다.

소배압(김준배)은 당장 회군해 서경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야율분노(이상홍 분)는 고려를 완전히 굴복시키기 전에는 절대로 철군할 수 없다고 맞서는 등 분열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야율융서는 출병할 때 "적을 등 뒤에 두고 내려가지 말라"는 어른의 말을 되새긴다. 곽주성 탈환으로 인해 거란이 고려 깊숙이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양규는 한달간 7번 싸워 7번을 다 이겼다. 정통사극은 역사가 완벽한 스포일러다. 양규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는 퇴각하는 거란군을 끝까지 따라가 무찔러 다시는 고려를 넘볼 수 없도록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공을 세웠다. 김한솔 PD는 "이 점에서 양규는 '노량'의 이순신 장군과 비슷하다. 고려의 이순신 장군이라 할만하다"고 말했다.

양규, 이순신, 안중근 의사.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장군이고 의사다. 세 분의 공통점은 적이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일본 관리들은 조선 통감부와 총독부에 부임하는 걸 두려워하는 현상이 생겼다. 안중근 의사 같은 분이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양규, 이순신 장군도 마찬가지다.

양규의 죽음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코끝이 찡해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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