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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최고의 드라마 '연인'김성용 감독 “멜로도 중요했지만 엄혹함·결핍 등 시대가 잘 담겨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김성용 PD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 할 수 있는 MBC 사극 ‘연인’을 성공시킨 또 한 명의 주역이다. 작가가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영상물로 구현을 잘못하면 좋은 작품으로 남기 어렵다.

김성용 PD는 ‘연인’ 대본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으며, 어떻게 연출 포인트를 잡았을까?

“대본을 안보고 연출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황진영 작가를 좋아했는데, 때마침 사내에서 황 작가의 사극이 있는데 연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봐 바로 하겠다고 했다. ‘검은 태양’을 연출하고 휴가를 가서 읽어보니 어마어마한 대서사시가 펼쳐져 있었다. 로맨스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가 잘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주는 엄혹함, 무거움, 결핍이 와닿아야 한다. 그렇게 인물관계와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흥미롭게 표현해내고, 미술적으로건, 영상적으로건 잘 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성용 PD는 병자호란 하면 영화 '남한산성'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접한 적이 많아,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전에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포로 이야기가 있었다.

"조선 포로들과 소현세자와 강빈의 심양 생활이 적혀있었고, 소현과 강빈이 어떤 고초를 겪고, 어떤 환경에서 인정받았는지, 또 포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작가님이 열심히 썼다. 잘 만들면 정말 새로운 이야기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자칫 밀도가 떨어지면 루즈해지고 흥미를 잃을 수 있는데, 잘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그래서 김 PD는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포로 시장에서 핍박과 고초를 당한 모습을 재현했다. 잔인한 모습까지 담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아픔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거나 편집에서 약화시키는 방법 등을 구사했다.

뿐만 아니라 김 PD는 청나라 복식, 만주어, 청의 갑주(갑옷과 투구), 무기까지 고증을 하며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했다. 홍타이지의 선발대가 기습하듯 조선에 들어올 때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는데, 상인으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조선으로 들어온 청나라 선발대가 말 위에서 상인 옷을 벗고 만주군인임을 표현하는 장면은 김 PD의 아이디어로 극적으로 연출됐다.

김 PD는 소현세자의 성장과 심양에서의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소현세자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는 점점 성장하는 캐릭터다. 온실에서 화초처럼 자라다 청나라의 공격으로 남한산성에 갇히게 되고 결국 볼모로 잡혀 심양으로 가 아내인 강빈과 함께 농사를 짓고 포로를 아우르고 조선에 돌아온다. 아버지인 인조는 이런 아들의 성장에 질투를 느꼈다. 특히 심양에서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못느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연인'은 병자호란기 사회상을 보여주지만 역시 장현(남궁민)과 길채(안은진)가 만들어가는 멜로 드라마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집중력은 대단했다고 한다. 김 PD는 "초기에는 장현의 일방적 사랑이었다가, 쌍방으로 가면서 집중력이 깊어졌다. 두 배우의 연기덕이다"면서 "현장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가 감정을 나눠야 할 때는 집중하면서 깊어지더라. 본능적으로 계산한 건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선후배 관계에서 선배는 끌어주고 후배는 믿고 따랐다. 두 분의 아이디어나 합이 좋아 믿고 맡겼다. 멜로는 케미인데, 결과는 케미로 발현됐다"고 전했다.

김 PD는 남궁민과는 전작인 '검은 태양'에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이번에도 액션 장면이 많았다. '검은 태양'에서는 총기와 몸 액션이었다면 '연인'에서는 칼이다.

"액션은 남궁민 씨와 같이 설계했다. 이번에도 액션스쿨에서 열심히 공부하더라 '검은 태양'에서도 총기를 주면 집요하리만큼 총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도록 연마한다. 칼은 처음이라 아예 집에 가지고 가 평상 시에도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가지고 놀았다. 멜로 연기는 어느 정도 할지 완전히 알 수는 없었는데, 멜로 신에 돌입하면 눈빛부터 바뀌었다. 멜로 연기를 할 때 부채도 많이 찢어 먹었는지 모른다. 소품팀이 새 걸로 교체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수제 장인이 만든 소품이다."

김 PD는 안은진의 몰입도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안은진 씨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텐션이 높고, 큐 하면 돌변했다. 길채는 헷갈리는 감정이나, 표현하기 힘든 장면도 많았지만, 안은진 씨가 훌륭하게 극복했다."

김 PD는 "댓글이나 맘카페를 찾아보는데 뜨거웠던 건 멜로였다. 저한테 상처가 될 이야기도 있다. 적당히 무시하기도 하고 반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PD는 작가가 '연인'을 통해 두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인조-소현과 유학자 유학자 장철(문성근)과 장현(남궁민) 등 두 부자지간의 아버지를 의미한다.

"두 아버지를 어떻게 갈지를 고민 많이 했다. 장철이 연준(이학주)과 장현에게 보인 신뢰를 보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20부에서 장현이 장철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됐을 때 가슴이 아팠다. 아들이 사라졌을때 아버지는 연준이 자기 자식 같다고 만나고 있었다. 군사부일체 시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들었고 대본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아들인 장현은 판타지적인 인물이라면, 제자이자 자식 같은 연준은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다."

'연인'을 시청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치 좋은 자연경관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눈이 와 완벽한 설경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 PD는 "영상미는 촬영, 조명, 미술 감독님들과의 협업의 산물이다. 석양의 멋진 장면은 얻어걸린 것도 있다"면서 "'연인'은 야외신이 많아 열심히 찍었다. 장소+앵글+소품을 잘 활용해 찍었는데 시청자분들에게 좋은 눈요기가 됐다면 다행이다"고 전했다._

김성용 PD는 지난 1년 동안 '연인'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해왔다. 김 PD도 '연인'을 통해 몇단계 성장한 것 같았다. 체력적이고 심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이제 마법처럼 영광과 행복, 추억으로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그는 장현과 길채 로맨스 뿐 아니라 속환된 포로 이야기 등은 더 자세히 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회사(MBC)는 지지하고 맡겨주는 편이다. 중간 피드백은 많지 않았지만, 가장 긴밀하게 소통한 건 홍석우 EP다. 홍 EP는 항상 '잘하고 있고 너니까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요즘은 내일 없는 삶을 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좋은 대본이 있다면 언제라도 현장에 달려가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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