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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숏컷’ 미인대회 우승자 탄생…“여성미 무시” “다양성 승리” 프랑스 시끌
[missfranceoff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프랑스에서 '숏컷'을 한 미인대회 우승자가 탄생했다. 103년 대회 역사상 짧은 머리의 여성이 우승한 건 처음이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우승자의 짧은 머리, 상대적으로 덜 굴곡진 몸매 등을 거론하며 전통적인 여성미의 기준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당사자는 "누구도 당신에게 당신이 누구라고 지시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주최 측도 당사자 편에 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미스 프랑스 결선에서 이브 질(20·여)이 우승했다.

질은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섬 레위니옹 출신의 수학 전공 대학생이다. 그런 질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검고 짧은 머리로 등장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질은 정당한 절차를 밟고 '미스 프랑스' 우승 왕관을 썼다. 하지만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질의 외모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질의 우승이 대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 여성으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이 다양성이라는 진보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워크'(woke)를 염두에 두고 질을 뽑았다는 이야기다. 워크는 '각성', '깨어있음' 정도로 해석되는 신조어다. 보수 진영에서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과민반응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 과거 우승자들은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 풍만한 신체 곡선, 큰 키를 가진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이날 대회는 프랑스 전역에서 700만명이 시청했다. 대중 투표는 우승자 선정에서 50% 비중을 차지했다.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그녀는 미스 프랑스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그녀의 머리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중성적인 몸은 확실히 '워크'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했다. 방송인 장마르크 모란디니는 "(질이)마른 체형과 짧은 머리로 폭력적 비난을 받고 있다"고 했다.

당사자 질은 결승 전 자기 외모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직접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질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누구도 당신에게 당신이 누구라고 지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에 익숙하지만 나는 짧은 머리에 중성적, 좀 더 남성적 외형을 택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매일 참아야하는 신체적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우리 모두는 불완전함을 갖고 있다"고 받아쳤다.

질은 "나는 더는 어린 소녀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나는 말괄량이도 아니다. 여자라고 느낀다"고도 했다.

[missfranceoff 인스타그램 캡처]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우승이 다양성의 승리라고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미인대회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엘리자베스 모레노 프랑스 양성평등부 장관은 미인 대회의 낡은 규정이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미스 프랑스 대회 우승자 디안 레르(당시 24세)는 인터뷰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소개한 후 "여성으로 당신도 미스 프랑스이자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만약 미스 프랑스가 구시대적이라면 사람들은 과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미스 프랑스는 여전히 대중들이 기다리는 연례행사"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미스 프랑스 주최 측은 지난해 지원자를 24살 이상 미혼이며 출산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도 열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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