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파업 언급 부적절…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의협-정부 마찰 속 의료대란 올까 우려하는 국민
“추운 날씨에 독감·폐렴도 유행인데” “나이 많아 걱정”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관계자가 총파업 투표 예정인 내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반대하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찬성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사이의 갈등이 일촉즉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총파업에 대해 ‘엄정대응’을 강조하는 반면, 의협측은 총파업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총파업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18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18일 0시를 기점으로 종료됐지만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의협은 설문조사가 회원들에게 ‘정부와 대화해서 안 되면 총파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는 절차라고 했다.
지난 17일엔 의협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의협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종합적인 계획 없이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정원 증원은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은 “정부가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하며 의협이 총파업을 벌일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 상황은 의협에 부담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국민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사부족 실태조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7%가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는 의협의 집단행동 조짐에 강경 태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대응반 회의에서 “의협이 궐기대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총파업을 언급한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의협의 불법적 집단 진료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중인 정부 역시 부담이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맺은 ‘9.4 의정합의’가 이유다. ‘9.4 의정합의’는 주요 의료 정책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논의한다는 게 골자다. 이 가운데 ‘의사수 확대’는 협의가 필요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의협은 궐기대회에서 의협과 합의해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2020년 합의를 지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의협의 갈등 양상이 충돌 우려로 이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선 의료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79) 씨는 “내 나이엔 작은 병도 제 때 빨리빨리 치료 받지 못하면 큰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얕은 감기에 걸려도 혹시 몰라 병원에 가야 한다”며 “의료대란이 오게 되면 나 같이 늙은 사람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자녀를 둔 박모(41)씨도 “최근 날씨도 급격하게 추워지고 독감이랑 폐렴도 유행인데 (의협과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해서 의료대란이라도 발생하면 아이들 아플 때마다 자식 둔 부모들도 끙끙 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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