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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시대’ 이명우 감독 “임시완의 찌질함을 빌드업하는 게 큰 숙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뭐여?” “왜 그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는 충청도의 찰진 사투리의 맛을 잘 살린 코미디 드라마다.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 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고교생 장병태(임시완)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병태는 싸움도 할 줄 모르고 담배도 피울지 몰라, 노는 애들 대열에 낄 수 없지만, 주먹 하나로 충청도 일대 학교를 평정한 전설의 싸움꾼 ‘아산백호’ 정경태(이시우)와 이름이 비슷해 부여 짱으로의 새로운 인생을 만끽하면서 벌어지는 아슬아슬 헤프닝을 담고 있다.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이 제대로 통한 것 같다. 17일 OTT 통합검색·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 콘텐츠 통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12월 1주차(11월 30일~12월 6일) 통합 콘텐츠 랭킹에선 2위에 랭크됐다.

‘소년시대’를 연출한 이명우 감독은 충청도를 소재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내 고향은 강원도 춘천이다. 감독으로 쉬운 것만 하면 재미 없다. 충청도는 소재로 덜 쓰여 신선하다. 경상도나 부산, 전라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많았다. 지도를 펴면 다른 도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 혜택을 보고 있지만, 충청도는 땅밖에 안보인다. 이런 지형이 자아내는 시크릿 코드가 작용하지 않을까”라고 충청도(부여)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경상도와 전라도 드라마는 잘 되어도 그쪽 말을 따라하기 힘들지만, 충청도 사투리는 따라하기 쉽다. ‘유~ 여~’를 붙이면 된다”면서 “작품이 신드롬이 되려면 따라하기 쉽고, 그런 걸 즐겨야 한다. 요즘 주위에서 ‘잉~그려~’ 등 충청 사투리를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성장한 임시완은 충청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익혀 현장에 나타났다. 이 감독도 놀랐다고 했다. 이 감독은 사투리를 구사하는 원칙에 대해 말했다.

“임시완 등 배우들에게 사투리를 잘 쓰려고 하지 마라, 그 순간 망한다고 했다. 연기와 캐릭터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단, 슛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죽어라고 공부하자. 사투리 선생도 충청도 사투리에서 드러나는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충청도 출신 배우를 섭외했다. 배우들이 사투리에서 NG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NG라고 하는 순간, 배우들이 사투리에 신경을 쓰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배우들은 자신 있게 연기하게 됐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잘하는 배우들의 특징은 사투리를 지방색 나게 맛깔나게 해서가 아니라 자신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명우 감독은 사투리 등 언어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충청도 말을 기술적으로 얼마만큼 구사하느냐를 넘어 충청도 정서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비음을 활용하자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댓글 중에 충청도 사람들만 하는 비음 섞인 꺾임이 나왔다는 반응을 참고했다”고 전했다.

‘소년시대’가 향토색 강한 레트로 감성에 코미디 형식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폭력을 자주 사용하고, 힘 없는 친구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등의 구성을 피할 길이 없다. 자칫 폭력 미화 드라마라는 오해에 빠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몇가지 대책을 세워놨다.

우선, 기획단계에서 19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제작했다. 이야기가 과장된 것도 의도가 된 것이라 청소년 시청 제한 등급을 신청했다. 이명우 감독은 “전체적으로 힘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학교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왜 담았는지, 정주행 해보면 알 수 있다. 단순히 폭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물론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한다. 설탕을 넣어 시청자들이 삼키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주는 작전이다. 너무 신파적이거나 극적으로 가도 안되고, 너무 나쁘게 가도 안되고, 어린 철부지 아들의 일탈 정도에서 끝난다”면서 “시청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교훈적이다. 병태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그때 그랬지’를 넘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잘 봐달라”고 말했다.

이명우 감독은 “제목이 ‘소년시대’지만 소녀시대를 포함한다. 누구에게나 소년시대가 있고, 저도 거쳐왔다. 지금은 기성세대, 어른이 됐지만 소년이라고 생각하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서 “나도 전에는 이랬는데 하는 작품이 남자뿐 아니라, 여자 시청자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감독이 구사한 방법이 코미디였다. 이 감독은 ‘열혈사제’ ‘편의점 샛별이’ ‘어느 날’ ‘펀치’ ‘너희들은 포위됐다’ ‘대물’ 등의 인기작을 탄생시킨 연출자다.

“나는 코미디 드라마를 몇 번 했다. 대표작 코미디도 나왔다. 그래서 코미디적인 극 구성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하우도 있고 자신도 있었다. 89년도에는 고교생이며, 지금은 아재가 되어버린 세대를 보편화시키는 작업이다. 여성들이 좋아할까? 학교 다닐 때에 담배 피고 나쁜 짓을 했던 남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학생 이야기다. 여성이 공감 안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소년시대’를 보면서 ‘남자들 진짜 저래’라는 반응을 끊임없이 이끌어낼 수 있다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소년시대’의 인기는 임시완의 찌질함에서 상당 부분 나온다. 이 감독은 “임시완의 찌질함을 빌드업하는 게 큰 숙제였다. 일진으로 살아가지만, 몰락하는 부분도 빌드업을 잘 시켜야 한다. 강약조절이 필요했다”면서 “대다수 사람들 마음속에는 찌질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임시완 마음속에 있는 찌질함을 끌어모아 병태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했다. 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끄집어내 극화시켰다”고 전했다.

이명우 감독은 임시완 외에도 ‘소년시대’에서 유일한 충청도 출신 배우인 ‘흑거미’ 이선빈(박지영 역)과 ‘소피 마르소’ 강혜원(강선화 역)도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지영의 액션은 화려하다기보다 정직한 액션이다. 현실 캐릭터다. 반대로 17대 1로 싸운 전설의 아산백호 액션은 과장이 있다. 선화는 출연자중 유일하게 충청도 말을 쓰지 않는다.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선화가 첫 등장할 때, 음악을 깔아준 것도 남자 시청자들에게 추억과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기 위함이다. 여자 시청자에게는 예쁘긴 예쁘네 라고 인정을 받아야 하는 캐릭터다.”

음악도 ‘소년시대’의 성공요인이다. 팝과 가요를 통해 시청자들이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 이명우 감독은 “반복적으로 깔리는 팝송도 기존 곡이 아니라 창작곡이다. 음악감독이 작곡하고 내가 가사를 썼다”고 전했다. 이어 “OST는 양날의 검이다. 과하면 스토리를 망가뜨리고, 없으면 심심하다.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나는 음악을 아꼈다. 그러다 음악이 나오니 ‘이 팝송 뭐야’ 라는 반응이 나왔다. 팝송으로 깔린 노래는 병태의 고난이 시작될 때에 따라오는 70년대 정서의 음악이다”고 설명했다.

임시완이 박남정 춤을 추는 장면도 완성도가 높았다. 임시완이 아이돌 출신이기는 하지만 춤 습득을 보고 춤 교사인 효진초이가 놀랄 정도였다.

이명우 감독은 “임시완은 향후 훨씬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병태는 모든 걸 버리고 망가질 수 있어야 한다. 어린 배우들이 어느 시점에 머리도 손질하고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데, 임시완은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촬영하면서 기대를 더 많이 하게됐다. 현장에서 친구가 됐다. 병태를 잘 만들었다”고 임시완을 배우로서 높이 평가했다.

이명우 감독은 2019년 SBS를 퇴사하고 쿠팡플레이와 ‘어느 날’ ‘소년시대’ 등 두 번 연속으로 드라마 연출을 해 모두 성공시켰다.

이 감독은 “지상파 20년간, 조감독과 감독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은 찾아가서 보는 시청자들이라, 전달하는 방법의 최적화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어느 날’을 통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느껴봤다. 과분하게 사랑받기도 했다. 쿠팡은 창작권리를 잘 인정해준다. 내년에는 헐리웃에도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실패를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작품이 잘 안되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안다. 누구나 잘 안되는 시기가 오는데, 그것을 거름으로 써야한다”면서 “병태가 가짜왕을 하지만 솔직함을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10부까지 나가고도 여전히 사랑해주시면 시즌2 제작도 가능할 듯하다”고 밝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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