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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플라스틱 모아도 재활용 업체로 안 가…민간에 수집·선별 터줘야” [돈 되는 쓰레기의 눈물]
김정빈 수퍼빈 대표 인터뷰
김정빈 수퍼빈 대표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금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소재로 연결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소각장에서 태우거나 무작정 파쇄하는 게 다수죠. 공급이 안 되니 재생 소재를 써야 하는 화학회사가 정부에 부탁하는 게 해외에서 폐기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아니겠어요.”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지난 1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폐기물 소각장을 줄이고 민간 기업이 일차적으로 재활용 폐기물을 수집·선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A급 재활용품(원료)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수퍼빈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페트병, 캔 등 재활용 폐기물을 회수하는 로봇 ‘네프론’을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자체 폐플라스틱 재활용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영세업체가 즐비했던 재활용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적용해 폐플라스틱을 선별·수집한 뒤 재생 소재를 만드는 공정을 구축했고 현재 양산 중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업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김 대표는 시장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폐플라스틱을 모아도 재활용 업체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면서 “소각장이 너무 많다 보니 업체들이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폐플라스틱을 사 가고 있고 재활용 선별장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걸러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재활용 선별장의 80% 이상을 공공이 운영하고 있는데 시설이 낡아 필요한 재활용 원료를 수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공공에 앞서 민간 기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재활용 원료를 수집·선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때 걸러지지 않는 B급을 공공이 다시 선별해 최소한의 물량이 소각장으로 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우정읍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서 폐페트병을 분리·선별하고 있는 모습. 김은희 기자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에서 재활용하는 폐페트병 더미(왼쪽)와 최종 생산품인 리사이클링 플라스틱 소재. [김은희 기자, 수퍼빈 제공]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재활용 원료 공급이 안 되는 이유로 수요처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재생 소재를 사용하는 수요처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재생 원료 의무 사용을 명확히 하면 이를 공급하기 위해 시장도 바뀔 텐데 지금은 굳이 비싼 재생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 원료 의무화 비율이 5% 미만으로 낮은 데다 그 의무를 최종 제품을 만드는 완성체 업체가 아닌 패키징을 만드는 생산 업체에 부과하고 있어 재생 원료의 제품화가 적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완제품에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재생 원료로는 제품을 만들기보다 에코백 같은 캠페인용 굿즈를 제작해 공급하는 형국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정부가 산업에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예외 규정을 두며 조심스러워하고 있지만 명확한 룰 세팅을 통해 재생 소재 수요를 공고하게 만들어주면 폐기물 시장에 자본이 몰리면서 민간 기업이 혁신을 일으키는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폐기물 처리에 세금을 써야 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그 비용을 감당하며 재생 소재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니 정부가 그 게임의 판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유럽은 15년 전부터 준비해 산업의 표준을 만들었다. 우리가 비슷하게라도 출발하려면 힘들더라도 규제의 속도가 지금보다 몇 배는 빨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생 소재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충분히 주는 것”이라며 “재생 소재의 생산원가가 원유로 만드는 버진 소재보다 비싸기 때문에 EPR(생산자 재활용 책임제) 분담금을 낮추거나 세제 혜택을 통해 수요처를 도와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서울 종로타워 SK그린캠퍼스에 설치돼 있는 수퍼빈의 네프론 [SK지오센트릭 제공]

수퍼빈은 현재 전국에 네프론 1000대 이상을 보급해 폐기물을 회수하고 경기 화성 아이엠팩토리에서 폐플라스틱 플레이크를 만들어 국내 20여개 화학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북 순창에 펠릿(플레이크를 녹여 압축해 만드는 원료) 공정을 추가한 제2 아이엠팩토리도 지을 계획이다.

수퍼빈의 행보에는 SK지오센트릭, 롯데케미칼, 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화학사가 지분 투자 등의 형태로 함께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나 폐플라스틱 수집 등에서 협업이 가능하고 플라스틱 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지향점이 같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기존 ‘생산-소비-폐기’의 선형경제에서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순환경제의 사업성을 증명해 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떤 재활용품은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데 분리 배출한 당사자는 보상을 못 받는 구조에 대한 궁금증에서 수퍼빈은 출발했다”면서 “폐기물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보니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정부가 재활용 선별장의 노후시설 교체 등을 이야기하는데 선형경제의 고도화가 순환경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은 아닐 수 있다”면서 “재활용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선형경제의 고도화와 순환경제의 적극적인 도입 후 안정화’, 이렇게 이원화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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