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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품 공급중단 사태로 격화…현대·기아차 1,2차 하청업체 간 분쟁, 대법원 판단은
2차 하청업체서 부품공급 중단하자 합의
“합의 취소돼야, 강박에 의한 계약” 주장
1·2심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법원서 인정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현대·기아차의 하청업체끼리 소송전이 붙었다. 1.2차 하청업체가 부품 단가 조정 등을 이유로 분쟁을 벌이다 ‘공급중단’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현대·기아차 1차 하청업체 A사가 2차 하청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1·2)심의 판단을 뒤집은 결론이다.

현대·기아차에 차체를 공급하는 하청업체 A사는 2016년 9월, 2차 하청업체인 B사와 계약했다. A사는 B사에 금형 등 제조 도구를 빌려주고, B사는 이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을 제작한 뒤 A사에 공급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약 2년 뒤인 2018년 9월부터 갈등이 생겼다. 단가조정·납품지연 등이 원인이었다.

갈등이 2개월째 좁혀지지 않자, A사는 B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빌려준 금형 등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B사가 정산금 지급을 요구하며 반환을 거부해 갈등이 더욱 커졌다. 오히려 B사는 A사에 대해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생산에 차질이 생긴 A사는 결국 B사의 요구에 따라 합의서를 작성했다.

A사는 B사를 상대로 금형을 돌려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고, ‘부제소합의’까지 약속했다. 부제소합의란 A사가 향후 B사를 상대로 어떠한 민형사적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합의에 따라 A사는 B사에게 손실비용 24억원 상당을 지급한 뒤에서야 금형 등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부제소합의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A사는 “해당 합의는 B사의 협박에 의해 체결된 것”이라며 “민법에 따라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사기 또는 강박(强迫·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에 의한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 단, 예외적인 조항이라 인용이 쉽지 않다.

1심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산지원 1민사부(부장 최철민)는 2020년 10월 “B사 측에서 어떤 해악을 고지했거나, 합의 과정에서 법질서에 어긋날 정도의 강박 수단이 사용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부제소합의에 따라 A사가 청구한 소송을 각하 판결했다.

2심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수원고등법원 4민사부(부장 김태호)는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사 측은 “당시 피고로부터 금형 등을 반환받지 못하면 원청인 현대·기아차에 자동차부품을 제때 공급할 수 없었다”며 “1일당 54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부담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1·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B사 측에서 금형 등을 반환하지 않아 A사가 정산금 세부내역에 대해 검토하지 못한 채 합의금을 지급했다”며 “민·형사소송 등 정당한 권리행사를 포기한 것은 위법한 해악의 고지에 따른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1심과 원심(2심)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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