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높은 V2L·3000만원 후반 ‘갓성비’
주행거리 433㎞ 달해…묵직·단단한 주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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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사진=김지윤 기자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토레스 EVX’는 KG모빌리티(KGM)에 있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KGM 고유의 헤리티지인 강인함을 담으면서도, 전동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회사의 첫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주로 채택해 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우선 주목할 만하다. KGM은 토레스 EVX를 출시하며 배터리 보증 기간을 국내 최장인 10년/100만㎞로 내걸었을 정도로 배터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배터리 보증을 비롯해 압도적인 공간, 넉넉한 주행거리, 합리적인 가격 등을 앞세워 ‘레저용 전기차’ 분야에서 새로운 시작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달 직접 체험해 본 토레스 EVX는 KGM의 자신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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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사진=김지윤 기자 |
첫인상은 기존 내연기관 토레스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토레스가 국내에 출시된 후 호평을 받았던 만큼 디자인 변화는 최소화했다. 기존 토레스처럼 힘 있고 간결한 선이 돋보였다.
여기에 점을 찍은듯한 도트형 주간 주행등이 수평으로 길게 뻗어 앞 범퍼와 조화를 이뤘다. 후면 LED 콤비네이션 램프는 세로선 6개를 그었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땅을 의미하는 ‘곤’을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전체적으로 각진 형태와 볼륨을 강조한 굵은 선의 후드 캐릭터 라인은 강인함을 배가시켰다. 후면부는 스페어타이어 커버를 형상화한 테일게이트(뒷문)를 내연기관 토레스와 동일하게 적용해 KGM만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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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트렁크 공간은 839ℓ로 경쟁모델 대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김지윤 기자 |
실내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보다 공간이 넓어보이도록 구성했다. 12.3인치의 클러스터는 주행 상태와 차량 컨디션 등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했다.
트렁크 공간도 남달랐다. 839ℓ(2열 폴딩 시 1662ℓ 적재)로, 캠핑·차박(차+숙박) 등 야외활동에 안성맞춤이었다. 비슷한 체급의 현대차 아이오닉5(527ℓ), 기아 EV6(520ℓ)와 비교해도 트렁크 공간은 압도적이다.
이날 시승 현장에는 2열 좌석을 접고 이불을 깔아두거나 테이블을 설치한 차도 전시됐다. 토레스 EVX의 다양한 활용도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2680㎜의 휠베이스 덕에 2열 레그룸은 163㎝ 여성이 타기에 충분히 여유로웠다. 특히 1열 좌석 뒷부분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장착돼 있어 2열에 앉아 미니 테이블로 활용하기 좋았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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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1열 뒷좌석에 접이식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토레스 EVX의 제원은 전장 4715㎜, 전폭 1890㎜, 전고 1735㎜로 동급 경쟁 전기차보다 큰 편이다. 아이오닉5보다 80㎜ 길고 130㎜ 높으며, EV6보다는 30㎜ 길고 10㎜ 넓고 185㎜ 높다.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지원해 전기차 배터리 전력으로 TV, 헤어드라이어, 전기히터 등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도심형 전기 SUV와 차별화된 ‘전기 레저 SUV’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KGM의 목표가 잘 드러났다.
위급 시 안전벨트를 자르고, 창문을 깨는 동시에 비상등 역할을 하는 ‘이머전시 이스케이프 키트’를 제공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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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이머전시 이스케이프 키트 [KG 모빌리티 제공] |
이날 시승 코스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인천 영종도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120㎞ 거리였다.
한편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의 73.4kWh급 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됐다. LFP 배터리는 발화성이 낮고 내구성이 높아 반복되는 충·방전에도 긴 수명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짧은 주행거리가 한계로 꼽힌다.
BYD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셀→모듈→팩으로 이뤄지는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의 모듈 단계를 축소하고, 셀을 추가로 적재해 주행거리를 늘렸다. 이를 차세대 셀투팩 ‘블레이드 배터리’로 부르는데, KGM은 이 블레이드 배터리를 바탕으로 토레스 EVX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를 433㎞까지 끌어올렸다.
주행감은 전반적으로 묵직하고, 단단했다. 배터리가 하부에 깔린 덕에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시트가 다소 딱딱하고 방지턱 등을 넘을 때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해져 아주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고속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해주는 자동 차선 변경 기능도 탑재됐다. 다만 차선 변경 속도가 느려서 다소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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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실내공간.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진=김지윤 기자 |
고속주행 구간에서는 안정적이었다. 토레스 EVX는 152.2㎾ 전륜구동 모터를 장착해 최고출력 207마력과 최대토크 34.6㎏f·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최고출력, 최대토크 각각 20%가량 향상돼 한층 강력했다.
복합 전비는 5.0㎞/㎾h(18인치 타이어 기준)다. 실제 주행에서는 5.3㎞/㎾h가 나왔다. 토레스 EVX의 가격은 저가(E5) 트림이 4750만원, 고가(E7) 트림이 4960만원이다. 이날 시승 트림은 E7 모델에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105만원) 옵션이 포함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후반대로 구입할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전기차를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적합하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