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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모 협박받은 뒤 사망 기간제 교사…학교측 책임 있나 없나
기간제 담임 근무 후 사망 오모씨
학급 다툼 조율하다 학부모 민원
“교사 못하게 하겠다” “경찰 고발하겠다”
학교 측 법적 책임은 교육청·유족 엇갈려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상명대부속초 사망 기간제 교사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초등학교 담임을 맡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기간제 교사가 학급 내 다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보호 책임과 관련 학교 측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법률 대리인 측은 책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15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사 오모씨 유가족 및 법률대리인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오씨 사망 사건에 대한 경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간제 교사 A씨는 부임 첫 해인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한 사립초등학교 담임으로 근무한 뒤, 지난 1월 사망했다.

오씨 유족은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서울시교육청 기자회견장을 찾아 오씨 역시 서이초 교사와 비슷한 고통을 겪다 사망했다고 호소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공익제보센터에 민원을 이첩해 사전조사 및 해당 초등학교 감사를 진행했다.

오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상명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처음 부임해 8월까지 근무했으며, 근무기간 후인 지난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오씨 사망 원인이 된 직접적 사건은 같은 학급에서 발생한 다툼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씨가 이를 조율하던 중 학부모 민원과 협박에 노출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상명대부속초 사망 기간제 교사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오씨는 지난해 6월 2일 학급에서 4명의 학생들 사이의 다툼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문의와 항의를 받았다. 이에 오씨는 경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학부모에 알리려는 목적으로 상황 당시를 재연하는 동영상을 학생들로 하여금 찍도록 했다. 그러나 오씨는 이 동영상을 학부모들에게 보낸 직후 협박 및 폭언을 받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사안 관련 학부모 등을 조사한 결과, 한 학부모가 오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고발을 하러 가고 있다”, “교사를 못 하게 하겠다”,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오씨를 협박한 학부모 어머니가 다른 학부모에 “잘못하면 큰일나겠다. 아이 아빠 말려야겠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다만 해당 학부모 측은 현재 오씨에 대한 협박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 직후인 지난해 6월 9일 오씨는 정신과를 방문해 해당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아, 사망 직전까지 치료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망인이 학교 측의 방관과 지원 시스템 부재 속에서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이 가중돼 끝내 업무장 질병을 얻었으며, 해당 질병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오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당시 담임으로 근무하면서 빈번하게 초과근무를 해온 것으로도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씨가 빈번한 초과근무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주말과 퇴근 후 야간에도 담임으로서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을 개인 휴대전화와 문자로 직접 받으며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올해 1월 사망한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 아버지가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다만 오씨를 보호할 법적 책임이 학교 측에 있었는지는 서울시교육청과 법률대리인 측이 이견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상명대사범부속초 학교장은 다툼이 발생한 이튿날인 학부모의 전화로 해당 사건을 인지했으나 직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현재 학교장은 사안을 미리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장은 수일이 지난 후에야 교사들로부터 오씨 관련 사안을 전해듣고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정교사로 하여금 학부모 설득 등 절차를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 측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부족했다면서도, 학교 측에 별도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봤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간제교사가 처음 부임돼 어려운 점들이 있었는데 교사들과의 의사소통이나 심리적 지지체계가 객관적으로 부족했던 건 사실이나, 관리자나 동료교사의 귀책사유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또 “학교 측은 오씨가 근무 기간이 종료된 후인 지난 1월 사망해 원칙적으로는 ‘학교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률대리인 측은 법적 책임이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씨 유족 법률대리인은 “산업안전법상 보호조치를 마련할 의무도 학교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학교 측을 상대로 한 고발 계획에 대해선 “향후 조치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에 작성한 일기도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오씨는 일기에서 “내가 힘이 없는 게 당연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너 대단해. 봄날이 올 거야. 넌 유능한 초등교사야”라고 적었다.

오씨 아버지인 오재근 씨는 기자회견에서 “한스럽고 원통한 마음을 풀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오재근씨는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본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오씨를 협박한 학부모에 대해 형사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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