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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쌓이는 저축銀 매물...내년 부동산PF 위험 본격화 탓
매각가능 5社도 평균 10.3%연체
부실채권 1300억원도 겨우 팔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길이 열렸지만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을 선뜻 사려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익성 지표가 부진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비중이 가장 많은 브릿지론(2금융권 단기 차입)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매입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우선 부실채권을 털어내 연체율을 낮추는 등 건전성 지표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19개 저축은행이 우리금융F&I에 팔아치운 부실채권 규모가 1300억원에 불과한 탓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추가 입찰에 NPL(부실채권 관리회사)업체가 더 나서지 않으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곳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조은·한화·애큐온저축은행 등 5개사다. 금융위의 매각 명령이 떨어진 상상인·상상인 플러스저축은행 외에도 대형사로 분류되는 애큐온·한화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온 지 오래됐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최근 저축은행 연체율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PF대출 부실 우려, 향후 수익성 전망을 고려하면 저축은행을 매입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6.2%로 지난해 말 3.4%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저축은행권에 도사린 부동산PF 위험이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M&A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5개사의 3분기 말 기준 부동산PF 평균 연체율은 10.3% 수준으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20.16%)이 가장 높고, 상상인(14.12%), 조은(11.30%), 한화(4.29%), 애큐온(1.41%) 순이다. 전체 저축은행 부동산PF 연체율 또한 2분기 말 4.61%에서 3분기 말 5.56%으로 0.95%포인트 커졌다.

부실 위험도가 더 큰 브릿지론 비중도 저축은행이 가장 높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중 브릿지론 비중은 저축은행이 58%에 달하고, 캐피탈사 39%, 증권사가 33%로 뒤를 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저축은행 산업환경이 불리하고, 올해 대비 신용등급도 부정적으로 저하될 것으로 관망했다.

금융권 부동산PF 위험과 관련해선 “규모와 내용 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며 “브릿지론 토지의 경매 및 공매 확대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부터 부동산PF의 건전성·사업성이 더 저하되면서 부실 사업장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면서 “현재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들은 아무래도 너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내년에 가격을 더 낮춘다고 하면 매각이 될 수 있겠지만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우선 건전성 지표 관리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웰컴·OSB·JT친애 저축은행 등 19개 저축은행은 지난 5일 우리금융F&I에 1300억원 규모의 개인무담보 부실채권 자산유동화방식 공동매각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앞으로 추가 입찰에서도 무담보 부실채권을 사려는 NPL 회사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당초 NPL 회사들은 담보가 있는 채권만 취급해 무담보 채권에 대해 업력이 없는 데다, 담보가 확실한 은행권 NPL 물량이 쏟아져 이를 먼저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F&I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추가 매입 등은 수익률이 나는지 등을 지켜보고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9개 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고정이하여신)은 6.40%로, 저축은행 부실채권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저축은행 인수합병은 결국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야 한다. 브릿지론 경·공매나 M&A는 파는 쪽에서 급해져야 성사될 것으로 보는데, 내년이 되면 상황이 악화돼 매각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더 하향 조정되면서 부실이 많은 곳 위주로 먼저 인수합병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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