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스위스·멕시코도 동결 행보 동참
금리 인하 언급 없었지만…시장 “조만간 인하 본격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 회의 후 기준금리 동결 배경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의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기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 스위스 중앙은행, 멕시코 중앙은행(방시코) 등도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14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이사회를 통해 기준금리는 연 4.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와 연 4.75%로 동결했다. 지난 10월 이후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앞서 ECB는 지난해 7월 이래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이날 ECB 성명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고공행진하던 물가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ECB는 올해 물가 예측치를 기존 5.6%에서 5.4%로, 내년은 3.2%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ECB는 “앞선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에 강력한 영향을 계속 미치고 있다”면서 “긴축적 자금조달 여건은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고, 이는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BOE도 기준금리를 15년래 최고인 연 5.25% 수준에서 동결했다. 영국은 지난 2021년 12월 이후 14차례 연속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친데 이어 지난 9월부터는 금리 인상을 멈춘 상태다.
이 밖에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난 수분기 동안 약간 약화했다”고 진단하며 기준금리를 현행 1.75% 수준에서 2연속 동결했고, 멕시코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11.25% 수준에서 유지해 6연속 동결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거시경제 부문장은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란은행 앞에 산타 복장을 한 한 남성이 앉아 있다. [EPA] |
다만 이들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 논의를 시작했다”며 긴축 종료를 시사한 것과는 대조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인플레에 대한) 경계를 늦춰야할지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OE의 이번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도 금리 인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3명의 위원은 여전히 금리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우리는 먼 길을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2%)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시코 또한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범위인 3±1%를 달성하기까지 기준 금리를 현 수준에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시장은 물가 상승률 둔화로 실질 금리라 상승하고 있는데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에 불필요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머지않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렬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들은 물가 둔화 속에서도 정책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연준과 ECB가 이르면 3월부터 내년에 금리를 많게는 1.5%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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