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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하나라도 잘못 달릴까”…고물가에도 ‘리뷰이벤트’ 못 줄이는 속사정
일종의 덤인 ‘리뷰이벤트’
고물가에도 주문 하나 더 받으려고
자영업자끼리 출혈경쟁 하는 것
한 가게에서 서비스를 주면서 ‘예쁜 리뷰’와 ‘별 5개’를 부탁하고 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원래 리뷰이벤트로 만두 6개를 줬는데 4개로 바꿨어요. 한 번 주문에 2개가 줄어드는 거잖아요. 4건 배달하면 8개가 줄어드는 거예요. 만두 8개면 5000원이에요. 그래도 리뷰이벤트를 안할 수 없는 게 안주면 손님들이 리뷰를 나쁘게 주잖아요. 그것보단 나으니까.”(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리뷰 이벤트’를 못 줄이고 있다. 리뷰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손님에게 선택을 못 받을까봐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에서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또 노출 순위가 밀릴까봐 남는 게 없어도 출혈경쟁을 하는 셈이다.

배달앱에서는 ‘찜 많은 순’, ‘별점 높은 순’ 등 범주에 따라서 가게가 노출되는 순위가 결정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에서 손님들의 찜과 높은 별점을 받아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일종의 덤을 주는 ‘리뷰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 리뷰이벤트에 동봉된 만두집 사장님의 편지. [독자 제공]

리뷰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에서 밀릴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덤을 주는 까닭이다. 치킨집 사장 조모(36) 씨는 물가도 오르고 원자재 값도 올랐지만 리뷰이벤트로 진행하던 팝콘을 단가가 더 높은 치즈스틱으로 바꿨다. 조씨는 “단가가 더 높지만 소비자들에게 임팩트를 줘야 손님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며 “공짜로 나가는 돈이지만 할 수 없다”고 했다.

파스타집 사장 B(27) 씨는 “파스타를 선택하면 별점을 5개 준다는 전제로 닭봉이나 음료수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데 10명 중에 5명은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면서도 “리뷰가 하나라도 잘못 달리면 메뉴 자체가 팔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다른 가게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마라탕집 사장 임모 씨는 손님들에게 추가 재료를 하나 더 얹어주고 있다. 임 씨는 “리뷰이벤트는 어느 가게에 가나 다 부담스럽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더 주진 못하더라도 남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주문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리뷰이벤트로 덤을 줄 때 별점 5개와 찜을 부탁드린다는 메모를 동봉하기도 한다. [독자제공]

이런 경쟁 자체를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리뷰이벤트를 하지 않는 자영업자도 있다. 디저트집 사장 고모 씨는 “리뷰이벤트를 하면 과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부정적인 리뷰가 올라오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게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종 업계 자영업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경쟁 중 하나가 리뷰이벤트인 것 같아서 처음부터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달앱은 자영업자들 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경쟁이며 가게의 별점이 소비자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순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에 대한 수요가 많은 동네의 경우 리뷰이벤트가 일종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과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장님들이 자발적으로 진행을 하시는 부분”이라며 “광고비도 내고 리뷰이벤트도 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지시는 분들이라면 출혈경쟁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일종의 투자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출혈경쟁이라고 볼 수 있고, 배달앱의 책임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선택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리뷰의 효용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리뷰이벤트로 덤을 주면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비용 유발 요인이 커지는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자도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플랫폼에게 유리한 구조를 만든 배달앱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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