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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즌마다 다른 드라큘라 모습 보여줄 것”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 변신과 도전
2014년부터 다섯 시즌 연속 주연
한 소절마다 짙은 드라마 감동 무대
“입체적 캐릭터, 배우로 성장한 작품”

‘엘리자벳’의 죽음, ‘데스노트’의 엘,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이쯤하면 ‘비인간 캐릭터’의 장인이다. 지금도 가요계 관계자들이 ‘최고의 아이돌’로 꼽는 동방신기로 데뷔해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을 받았고 JYJ를 거쳐 뮤지컬계 톱스타로 이어온 20년을 돌아보면, 그의 삶 자체가 ‘비현실’인 지도 모른다. 김준수가 다시 ‘비인간계’의 옷을 입었다.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의 합성어)’의 귀환이다.

“사실 저도 ‘드라큘라’를 10년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김준수(36)에게 뮤지컬 ‘드라큘라’(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업계에 첫 발을 디딘 이후 만난 ‘드라큘라’는 그에게 뮤지컬 배우로서 변곡점이 됐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수는 “단편적 캐릭터가 많은 뮤지컬계에서 드라큘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라며 “초연부터 창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며 배우로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드라큘라’는 1897년에 출간된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400년의 긴 시간 동안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다. 200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국내에서만 4번의 시즌을 거쳤고, 지방 공연 없이도 무려 4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김준수는 이 작품에서 10년 째 유일하게 주인공을 맡고 있다.

보통 외국 공연에서 ‘드라큘라’ 역은 40~50대 배우가 주로 맡지만, 김준수는 10년간 무대에 서면서도 아직 드라큘라 나이에 다다르지 않았다. 그의 저력은 다섯 번째 시즌에도 입증됐다. 현재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을 달성, 뮤지컬계 ‘슈퍼스타’로서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김준수는 “13년 간 많은 작품을 했지만 ‘드라큘라’는 뮤지컬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에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될 때 가장 빛난다”며 “그 어떤 영화와 드라마보다도 임팩트가 큰 작품이 바로 ‘드라큘라’”라고 했다.

매 시즌 무대에 올랐지만, ‘드라큘라’는 할 때마다 쉽지 않았다. 400년의 시간을 살아온 드라큘라의 고독과 갈증, 사랑과 원망의 짙은 감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시즌을 거듭했지만 자주 했다고 작품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의문이 들지 않는 곳에 의문이 들 때도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새로운 것을 만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감정의 진폭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노래 한 소절 한 소절마다 짙은 드라마를 만든다. 이번 시즌에서 김준수가 중점을 둔 부분은 드라큘라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다. 피에 굶주린 신경질적인 드라큘라의 모습과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그렸다.

그는 “이전엔 드라큘라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보이게 하기 위해 말투와 행동, 걸음걸이에 신경썼다면, 이번엔 미나(드라큘라 상대역)와의 관계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400년 전 (미나의 전생인) ‘엘리자벳사’와의 사랑을 미러링처럼 보여주고 싶었고, 드라큘라의 과거 모습을 대화 속에서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김준수가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하는 넘버는 ‘쉬(She)’다.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400년 전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곡이다. 그의 의견을 반영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국내 공연을 위해 만들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지루하게 과거를 설명하는 대신 노래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샤큘’의 상징은 지난 10년간 빨간 머리였지만, 아쉽게도 청량한 핏빛 스타일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는 “처음엔 빨간색 머리로 한두 번 공연해보고 반응이 별로면 바꾸려 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며 “머리에서 매일 물이 빠져 수건과 베개를 버리게 되고, 5일마다 새로 염색해야 하기에 유지도 어려워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별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10대 시절 동방신기로 세상에 나온 김준수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뮤지컬 배우로만 14년차. K-팝 그룹으로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가수로 활동한 시간은 6년에 불과하다.

그는 “사실 가수로 지내온 시간이 6년 밖에 되지 않아 이젠 가수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부끄럽다”며 “뮤지컬 배우로서 시간이 긴 만큼 뮤지컬 배우라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게 다가온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내가 동방신기였다는 것도 잘 모른다”고 했다.

물론 최근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올해 하이브가 연 ‘위버스 콘’에 출연하며 3~4세대 K-팝 그룹의 요청으로 댄스 챌린지 영상을 숱하게 박제한 탓에 10대 K-팝 팬덤도 김준수가 ‘전설의 동방신기’였다는 점을 알았다. 하지만 김준수에게 ‘지금의 정체성’은 뮤지컬 배우다. 지난 10년 간 김준수가 업계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의 대중적 인기와 스타성은 뮤지컬 시장을 확장하고 산업화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힘들 때도 있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주요 배역을 맡은 제가 투정 부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불러주는 것이 나조차 부끄럽지 않은 순간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멘탈을 붙잡았어요.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려고 해요. 죽을 힘을 다해 하려고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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