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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시립미술관, 공간 구분 없앤 ‘미래형 뮤지엄’으로 탈바꿈
신임 서진석 관장 ‘미래비전’ 발표
430억 투입…2년간 대대적 개축
서진석 관장이 11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연 모습.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건물의 안과 밖, 그리고 층과 층의 구분을 허문 ‘경계공간(Liminal Space)’으로 작동하는 미래형 미술관을 만들겠습니다.”

‘대안공간 1세대 기획자’ 출신으로 지난 10월 부산시립미술관 수장이 된 서진석 관장(55)이 최근 미술관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술관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계획을 밝혔다.

개관 25주년을 맞은 부산시립미술관은 내년 4월부터 2년 간 신축에 가까운 수준의 공사를 진행해 미래형 미술관으로 거듭난다. 부산시는 미술관의 본관을 전면 개조하는 이 공사에 4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술관 측은 오는 2026년 재개관을 목표로 이번 사업을 진행한다.

2026년 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리노베이션 조감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서 관장은 이번 리노베이션 공사를 통해 공공 미술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 구조 변화를 통해 공간적 구획의 경계가 없는 제3의 새로운 전시를 보여드릴 것”이라며 “과거의 미술사와 미술의 트렌드를 포용하는 공공 미술관을 위한 ‘예술행정’ 시스템을 연구해 매뉴얼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시각적으로 경계를 없애는 데 방점이 맞춰졌다. 연면적(2만2295㎡)은 그대로이지만, 미술관 내 정원이 건물과 이어지고, 주 출입구 방향도 대로변으로 조정된다. 건물 전면부는 UV글라스로 시공된다. 서 관장은 “UV글라스로 바꾸면 미디어 파사드 전시가 가능하고, 내부에서 외부로 빛을 쏘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기획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리노베이션 조감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2026년 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리노베이션 조감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1~3층의 내부 공간은 층간 구분이 사라진다. 서 관장은 “벽이 이동해 공간의 구조와 기능이 바뀌도록 할 것”이라며 “로비도 서점이나 아트숍, 더 나아가 F&B(식음료)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소통의 장으로 변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도 늘어난다. 정종효 학예실장은 “현재 약 3000점의 소장 작품이 거의 간격 없이 겹겹이 보관되고 있다”며 “기존 면적(400평)에서 200평 정도 공간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미술관의 한계로 거론된 소프트웨어도 보강된다. 서 관장은 2024년 하반기 세계적인 미술관의 예술행정 전문가를 초청한 국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래형 예술행정 매뉴얼을 찾아내 정부, 협의체 등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실제 공공 미술관은 일반 행정기관과 기능과 역할이 다른데도 공공 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기관과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돼 운영 상의 한계가 있었다.

미술관 전시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계단. 리노베이션으로 이 공간은 모두 사라질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애초 리모델링 사업비는 260억원으로 추산됐으나 지하주차장, 정원까지 사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430억원으로 증액됐다. 정종효 실장은 “(리노베이션) 대상이 늘었고, 물가상승분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1998년 개관된 부산시립미술관은 설비 노후로 지난 2016년부터 누수 피해와 방수 공사를 반복해왔다. 태풍 힌남노로 미술관에 피해가 발생하자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던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이 없어 전시가 무산될 뻔했으나, 박형준 부산시장 등 부산시 차원의 중재로 지난 1월 전시가 열리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미술관은 오는 18일부터 상설전시를 하는 ‘이우환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휴관한다. 다만 메타버스 미술관을 구축해 온라인 전시는 이어갈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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