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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픽’…서양 만돌린과 한국 피리가 만난다면?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아비 아비탈 협연
고음악 음악제 한화클래식 10주년 무대
조반니 안토니니, 아비 아비탈 [한화클래식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안토니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연주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새가 지저귀는 것 같아요. 그의 연주는 종다리 소리 같죠.”

영화관보다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고음악(르네상스·바로크·고전파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 애호가’ 박찬욱 감독은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를 이끄는 조반니 안토니니(58)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화로운 정원’이라는 뜻의 ‘일 자르디오 아르모니코’는 최고의 시대악기 앙상블로 불린다. 1985년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리코더 연주자인 조반니 안토니니가 이끌고 있다.

조반니 안토니니와 일 자르디오 아르모니코가 한국을 찾는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2023 한화 클래식’의 일환으로 열리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 아비 아비탈’(12월 12~13일, 예술의전당)로 관객과 만난다. 만돌린 연주자인 아비 아비탈은 협연자다.

이번 공연에서 안토니니는 이탈리아 현대 작곡가 조반니 솔리마(61)가 작곡한 4~5분 길이의 ‘피리, 현,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쏘(So)’를 들려준다. 지난 4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앙코르로 선보였던 소품을 이번 공연을 위해 확장했다. 이 곡은 안토니니가 피아니스트 심소영에게 선물 받은 피리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곡으로, 한화 클래식이 위촉해 세계 초연한다.

조반니 안토니니 [Marco Borggreve 제공]

안토니니는 “피리라는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를 비슷하게 (소리를) 낸다”며 “‘한국의 오보에’ 같은 악기인데, 여성의 목소리나 여성이 노래하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피리와 리코더는 닮았지만 다르다. 안토니니는 “피리는 오보에나 바순처럼 리드가 필요하지만, 리코더는 리드 없이 입으로 부는 악기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원리가 다르다”며 “하지만 음을 내는 핑거링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음을 낼 때 입을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한 번에 서너 가지 음을 내며 글리산도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리코더와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에서 피리와 함께 선보이게 될 이색적인 고악기는 만돌린이다. 기타처럼 생겼지만, 몸통이 둥글다. 18세기 살롱 음악에선 많이 연주됐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아비 아비탈 [Peter Hoonnemann, 한화클래식 제공]

이스라엘 출신의 아비 아비탈(45)은 2010년 만돌린 연주자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2년 뒤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고 ‘바흐’ 음반을 냈다.

그는 “만돌린은 전문 연주자가 아니라도 연주할 수 있는 직관적인 악기라 많은 클래식 작곡가들이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진지한 악기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만돌린이 가진 이러한 특성은 축복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만돌린을 처음 본, 다섯 살의 그날이 생생하다. 그는 “이웃집 거실에 놓인 만돌린 줄을 튕겨 소리가 났을 때의 마법 같은 순간을 기억한다”며 “아마 그 곳에 클라리넷이 있었다면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몰랐을 거다. 만돌린은 친근하고 직관적인 악기라 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추억했다.

만돌린 연주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여덟 살 때부터다.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소재 음악 학교에 다니며 만돌린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다. 그는 “만돌린은 연주를 했을 때 실력의 성장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즉각적인 보상과 보람이 따른다”며 “열정과 에너지가 많은 내게 그런 성취가 특히 잘 맞았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아비탈과 일 자르디오 아르모니코는 지난달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아비 아비탈과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의 협주곡’에 수록된 바흐와 비발디, 에마누엘레 바르벨라의 협주곡을 들려준다.

아비탈은 18세에 이 단체의 연주회를 처음 보고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헌신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고, 언젠가 이 단체와 연주도 함께 하고 싶었다”며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나온, 5개의 협주곡을 담은 이 음반이 그 결실”이라고 말했다.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는 바로크 음악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찬욱 감독은 “이탈리아 단체답게 따뜻하고 풍성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평했다. 앙상블을 이끄는 안토니니 자신도 “우리만의 분명한 색깔이 있다. 매우 극적이고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하고 무엇보다 명암을 분명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40년 가까이 앙상블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도 ‘연구와 공부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매번 다른 해석을 찾으려고 해요. 음악에 대한 해석은 항상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신선함이에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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