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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석연료 폐기’ 빠진 COP28 합의문…태평양 섬나라 "죽으란 소리"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표현 삭제
사우디 등 산유국 입김…“저항 노골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에이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에서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 UAE 첨단기술부 장관이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fossil fuel phase out)’ 문구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 변화 대응에 앞장서 온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COP28 폐막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COP28 합의문 초안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언급했지만 정작 많은 국가가 요구한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 표현은 빠졌다.

초안에는 “과학에 따라 2050년 이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정의롭고 질서 정연하며 공평한 방법으로 화석 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줄이는 것”이 선택지로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퇴출 시기나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COP28의 성패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석 연료는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탄소 배출량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세계 각국 협상팀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COP28의 의장이자 UAE 국영 석유회사 대표인 술탄 알 자베르에게 화석 연료가 협정의 초점이 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U의 한 협상가는 합의안 초안이 공개된 후 “화석 연료를 둘러싼 동맹이 과거에는 조용히 저항했지만 지금은 더 의식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웜크 훅스트라 EU 기후 담당 집행위원은 “(초안은) 분명히 불충분하다”며 ““우리의 방대한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날레아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화석 연료가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세계를 오도하는 것이며 EU의 에저니 정책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와 미국 국무부도 초안이 충분히 나아가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 들은 보다 격렬하게 반발했다. 세드릭 슈스터 사모아 자연자원부 장관은 “우리 협상단은 전지구적으로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결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문제는 바로 우리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셜제도의 존 실크 천연자원 및 상업부 장관은 “우리는 우리의 사형집행영장에 서명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참화를 초래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같은 반발에 대해 자베르 의장은 “우리 모두가 1.5도 상승 목표를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이 끼어들게 해선 안된다”며 합의안 초안의 의미를 애써 강조했다.

레이첼 클리투스 UCS 정책책임자는 “세계 지도자들이 지구의 미래를 보호하는 대신 화석 연료 산업과 산유국의 영향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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