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에버랜드 송영관 사육사 “쌍둥 바오들, ‘루이바오’보다 ‘후이바오’가 더 잘 먹어”[스.우.파]
“가정을 이룬 동물이 새끼 바라보는 시선에서 감동 느껴”
내년 7월 되기 전, 돌아가야 하는 ‘푸바오’
“아쉽지만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보내야 할 때”
편집자주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파’급력을 만든 사람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소중한 사람들을 헤럴드경제가 소개합니다.

푸바오가 나무를 오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헤럴드경제=정목희·박혜원 기자] ‘뚠실뚠실한(통통하다는 뜻의 조어) 몸매, 동그란 얼굴, 애교섞인 몸짓, 짧은 팔다리…’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우와~” “너무 귀여워!”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 생명체의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로 전국민이 한창 힘든 시기에 태어나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푸바오’는 천진한 얼굴로 맛있게 대나무를 먹고 있었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의미 그대로 푸바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보물같은 친구를 온 정성을 다해 키워낸 사람들이 있다. ‘푸바오의 큰 할아버지’ 강철원(54) 사육사와 ‘푸바오의 작은 할아버지’, 혹은 ‘송바오’라고도 불리는 송영관(44) 사육사다. 에버랜드 주토피아 소속으로 20년간 근무한 베테랑 사육사인 송영관 사육사는 어릴 적 외갓집에 갈 때마다 보이는 외양간의 소들을 보며 신비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외삼촌이 소를 소중하게 대하는 모습도 신기했죠. 그러다 군대를 제대하고 마냥 동경하기만 하던 사육사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렇게 에버랜드에 들어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루이바오’는 입맛 까다롭고, ‘후이바오’는 맛이 바뀌어도 잘 먹는 편”
송영관(44) 사육사 [에버랜드 제공]

송 사육사가 직업에서 느끼는 감정은 자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송 사육사는 “어린시절부터 돌보던 동물이 건강하게 성장해 번식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기(새끼)를 돌보는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느낍니다”라며 “치열하게 달려온 야생동물이 아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행복, 사랑, 안도, 걱정, 근심, 긴장감 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송 사육사가 판다월드에 온 것은 2016년이다.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판다 보호 공동 연구 방식으로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왔을 때다. 첫날부터 방사장을 편안히 여겼던 러바오와 달리 신중한 성격인 아이바오와는 사육사들과도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아이바오에게서 쌍둥이들이 탄생했다. 암컷 판다가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4~50%. 한 마리도 태어나기 어려운 자이언트 판다 특성상 쌍둥바오들의 출산은 또 다른 의미로 기적이었다. 송 사육사는 “판다는 계절성 단발정 동물입니다. 1년에 3일 정도만 이성을 만나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배란일이 하루 정도 됩니다. 또 상상임신도 하는 경우가 있어 낳기 직전까지는 임신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라며 “그래서 자연교배, 자연분만, 자연포육을 해내고 있는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대견한 것이고, 그런 환경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낍니다”라고 했다.

두 쌍둥이 모두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쌍둥이들을 교체시킴으로써 한 마리는 엄마 아이바오가, 다른 한 마리는 사육사가 보살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11월 초부터는 두 쌍둥이 모두 어미가 자연 포육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탄생 100일을 맞아 대국민 투표를 통해 각각 슬기로운 보물, 빛나는 보물이라는 뜻의 ‘루이바오’, ‘후이바오’라는 이름이 생긴 두 쌍둥바오는 벌써부터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송 사육사는 전했다. 그는 “루이바오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빠 러바오를 닮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아이바오의 품에서 포육실로 오는 날이면 모유에서 분유로 맛이 바뀌는 것을 크게 느껴, 하루 이틀 정도 잘 먹지 않는 등 고집을 부립니다”라며 “반면 후이바오는 아이바오의 입맛을 닮아 분유와 모유 모두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성장 속도도 후이바오가 루이바오보다 아주 조금 더 빠릅니다. 체중도 더 많이 나가고 유치도 더 많이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송 사육사는 “푸바오 때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4~5개월 때는 스스로 걸어서 엄마를 따라다녔고, 6개월부터는 방사장으로 나와 고객들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라며 “쌍둥이의 성장 상태와 아이바오의 쌍둥이 돌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방시시기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꺼이 당신을 위한 조연으로서, 그대가 이 세상의 위대한 주인공이 되길”

푸바오는 만 4살 성체가 되는 내년 7월 이전에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송 사육사는 “사육사의 도움이 없으면 엄마 젖을 무는 것조차 힘들었던 아기 판다 시절부터 지금까지 돌봐온 푸바오를 떠나보내는 것은 사육사에게도, 또 관람객 분들에게도 아쉬움이 많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며 “그렇지만 독립생활을 하는 판다의 습성상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잘 배웅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손재주가 좋은 송 사육사는 판다들을 위해 여러 장난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네와 해먹처럼 공중에 매달린 장난감은 판다들의 활발한 활동을 유발한다. 또 대나무 기타, 대나무 모자, 얼음 장화, 그리고 대나무 안경과 토끼풀로 만든 화관 등은 푸바오의 귀여움을 한층 돋보여준다.

송 사육사는 판다들의 이야기를 더 잘 전하기 위해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현재 2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그는 얼마 전에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한다. 송 사육사는 에버랜드 홈페이지에 ‘아기 판다 다이어리’를 썼고 SNS 플랫폼 브런치에도 ‘전지적 뚠뚠이 시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하고 있다.

송 사육사의 꿈은 야생동물 사육사로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바오들을 만나면서 저는 ‘업의 신념’이 생겼습니다. 야생동물 사육사로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 싶습니다”라며 “유튜브와 글쓰기를 통해 앞으로 좀더 많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직도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푸바오를 향한 송바오의 진심이 담긴 글은 돌봄의 자세를 일깨워준다. “오염 많은 이 세상에서 기꺼이 당신을 위한 조연으로서 그대가 이 세상의 특별하고 위대한 주인공이 되길”(송영관 에버랜드 사육사 SNS 중)

mokiy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