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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서 6개월 살았다”…꼬북칩 열풍엔 ‘이 사람’의 끈기가 담겼다[스.우.파]
김성률 오리온 스낵개발 선임연구원 인터뷰
편집자주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파’급력을 만든 사람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소중한 사람들을 헤럴드경제가 소개합니다.

김성률 오리온 연구원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과자계의 혁명’, ‘인생과자’, ‘제2의 허니버터칩’ ….

각종 별명과 함께 국내에서 ‘품절 대란’까지 일으킨 과자가 있다. 오리온의 ‘꼬북칩’이다. 새로운 과자에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 제과업계에서 히트작이 나온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 어릴 때 맛본 과자를 어른이 돼서도 찾는 ‘보수적 입맛’의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북칩’으로 이 일을 한 번도 아닌 여러 차례 성공해낸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성률 오리온 스낵개발 선임연구원이다. 꼬북칩 콘스프 맛을 시작으로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 꼬북칩 매콤한 맛까지. 맛의 변주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꼬북칩 열풍을 일으킨 김 연구원은 제과업계의 ‘숨은 실력자’로 꼽힌다.

매콤한 맛엔 ‘쌀’이 제격…출시까지 4년 걸렸다
김성률 오리온 스낵개발 선임연구원. 이상섭 기자

김 연구원이 가장 최근 개발한 제품은 꼬북칩 매콤한 맛이다.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매콤한 맛과 어울릴 만한 과자의 원재료부터 고민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가 시도했던 건 옥수수였다. 하지만 옥수수 특유의 맛이 강해 매콤한 맛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평가가 오갔다.

두 번째 시도는 밀가루였는데 이 역시 반응이 좋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밀가루는 튀길 때 기름을 많이 먹는 성질이 있다”며 “과자의 기름 함량이 높아지니 매콤한 맛이 입에 오래 남더라. 사람들이 물린다고 느낄 것 같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매콤한 맛과 초콜릿을 결합해보기도 했지만 매콤한 맛은 단 맛과 균형이 맞지 않았다.

3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로 김 연구원은 좌절하기보다 도전을 거듭했다. 김 연구원은 “문득 ‘한국인이 매운 걸 먹을 때 어떤 거랑 같이 먹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며 “생각해보니 우린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옥수수도, 빵(밀)도 아닌, 밥과 같이 먹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보니 과자의 매콤한 맛은 쌀과 궁합이 잘 맞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 연구원의 과자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반짝 떠오른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쌀에 매콤한 맛을 입히는 등 과자 테스트를 위해 4주 동안 중국 공장에 머물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오랜 시간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번 꼬북칩 매콤한 맛 제품에 애정이 가득하다”고 했다.

“쪽잠에 퇴근 없는 삶 자진해”…6개월 공장살이

‘하루 종일 과자 생각만 한다’는 김 연구원이지만 그가 처음부터 과자 개발 업무를 맡은 건 아니다. 김 연구원이 과자 개발에 뛰어든 건 2017년. 오리온에 입사한 해로부터 5년이 흐른 뒤다. 본래 그는 식품화학공학을 전공해 식품 분석 연구를 담당했다.

하지만 식품 연구 일을 할 때도 그의 마음은 과자 개발 쪽으로 자꾸 기울었다. 김 연구원은 “직접 과자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의 반응까지 살피는 과자 개발팀 업무가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며 “회사를 설득해 연구팀에서 개발팀으로 가게 됐는데 당시엔 흔치 않은 경우였다”고 했다.

간절히 바랐던 개발팀에 들어와 일을 시작했지만 식품 연구만 하던 김 연구원에겐 개발팀의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더욱이 그가 개발팀 업무에 발을 디뎠을 땐 꼬북칩 콘스프 맛 출시를 3개월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김 연구원은 “이제 막 새로운 팀에 들어온 제가 꼬북칩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겠느냐”며 “업무를 따라가려면 부족한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에도 오롯이 ‘끈기’ 하나로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당시 꼬북칩 개발팀장님께 ‘그냥 공장에서 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6개월 동안 공장에 살았다. 김 연구원은 “공장 내 휴게실에서 쪽잠 자면서 월요일 오전부터 주말 밤 늦게까지 퇴근 없는 삶을 자진했다”며 “꼬북칩 생산라인을 끊임없이 살피면서 품질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설비를 개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끈기는 곧 실력으로 이어졌다. 꼬북칩 콘스프 맛이 출시되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꼬북칩은 2017년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글로벌 누적 매출 4300억원, 4억5000만봉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주변 지인들이나 SNS에서 꼬북칩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인기를 실감했다”며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좋아해줄 때 이 일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꼬북칩 열풍의 비결은?…“될 때까지 하는 끈기”
김성률 오리온 연구원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김 연구원이 뒤이어 개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물론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초콜릿의 점성이 낱개의 과자들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자꾸 뭉치게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기술 테스트를 거친 횟수만 200번이 넘는다.

김 연구원은 “연구실에서 테스트한 과정을 촬영해 설비팀·생산팀을 설득하고 과자를 출시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며 “이젠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에 들어가는 소금 알갱이 한 개마다 사연이 담겨있는 듯 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계속되는 꼬북칩 열풍의 비법을 끈기라 답했다. 그는 과자 개발에서도, 본인의 삶에서도 ‘될 때까지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끈기 하나 만큼은 자신 있다”며 “항상 ‘안 되는 건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는 문장을 되뇌이며 끈기 있게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건강한 과자 만들기’다. 김 연구원은 “과자는 몸에 안 좋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아직 소비자들 사이에선 있는 것 같다”며 “누구나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과자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영상=윤병찬PD]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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