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년 1월 11일 심문 진행
MBK “공개매수 5600억이 상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경영권을 두고 3년여 만에 또다시 ‘형제의 난’에 돌입했다.
당장 공개매수 기한(12월 24일)을 전후로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심판 결과가 주목할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장남인 조현식 고문의 우군으로 나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이번 투자 규모의 상한선은 5600억원”이라고 밝히는 등 ‘아버지와 차남’ 대 ‘장녀·장남·차녀 3남매’ 간의 물밑 신경전 결과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의 정신감정을 맡은 서울 보라매병원은 최근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전달했다.
지난해 4월 1심은 조 고문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조 고문 측이 항고하면서 정밀 정신감정이 이뤄졌다. 법원은 내년 1월 11일에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 명예회장은 앞서 이뤄진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직접 출석해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일 이번 감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조 고문 측에서 이를 바탕으로 ‘블록딜 무효’ 주장 등 반격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명예회장은 조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 다른 자녀들과 성년 후견 재판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진 바 있다.
조 이사장이 지난 2020년 자신에 대한 성년 후견을 신청했을 때 조 명예회장은 “(차남이)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뒀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조 이사장에 대해서는 “우리 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조 명예회장은 당시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현범 회장에 넘긴 바 있다. 지난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5.67%도 조 회장에 전량 증여했다. 두 회사의 매각 대금만 5400억원(한국앤컴퍼니 3000억원, 한국타이어 2425억원)이 넘는다.
현재 조 회장 측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42.03%다. 우호 지분을 7~8%만 추가로 확보할 경우 조 고문과 MBK측의 공개 매수 사태를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전체 회사 지분의 27%에 이르는 물량을 조 고문 측이 단기간 내 사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이미 공개매수 가격을 웃돌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공개매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조 고문은 18.93%, 조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는 10.61%, 조 이사장은 0.81%를 각각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합산 지분율은 30.35%다. 공개매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50.0∼57.0%를 확보해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투자 규모는 5600억원이 상한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조 고문 측과 함께 지난 5일부터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2만원)를 줄곧 웃돌자 시장 일각에서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 측은 “단일 투자 규모는 해당 펀드 총규모의 20∼25%로 제한하기 때문에 한국앤컴퍼니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도 5600억원 정도가 마지노선”이라며 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 투자를 진행 중인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2호(SS 2호)의 전체 규모는 한화로 약 2조3000억원 규모이지만 이미 SK온·메가존클라우드·인스파이어 리조트 등 8건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국앤컴퍼니 투자 관련 외부 인수금융도 별도로 조달하지 않은 상태다.
당초 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최대 수량 2593만4385주(약 27.32%)를 주당 2만원에 매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5200억원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가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면 그만큼 펀드 수익률은 떨어지게 되는데 운용사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근·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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