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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똘한’ 예금이자에 사그라진 주식투자 열풍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선호도 작년 13.3%→올해 8.7%
“고정수익 선호...파킹형 상품 대세”

#. 회사원 김모씨(32세)는 주변에서 아무리 반도체 관련 주식을 사라고 조언해도 심드렁하다. 수익률이 아무리 좋더라도 계속 우상향을 달릴지도 언제 금리가 내릴지도 불안해서다. 투자도 예치도 이제 ‘파킹형’만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연 4~7%대 금리를 적용하는 파킹통장도 많다”며 “하루만 넣어도 복리를 챙길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금리가 내리기 직전까지 3, 6개월 단위 정기예금을 들고 최대한 이자를 챙길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애용할 생각이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고금리는 ‘재테크의 기본’인 저축을 다시 불러냈다. 미국 긴축이 종료되더라도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유지된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면서 주식,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보다 은행의 예적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전문가는 금리 상승으로 투기 수요가 위축되면서 고정적인 수익률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국내 증시도 파킹형 ETF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단기자금 ETF에 대한 선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의 2021~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살펴보면, 금융자산 투자 수단으로 주식을 선호하는 답변 비중은 올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선호 응답률은 팬데믹 기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2020년 6.2%에서 2022년 13.3%까지 2배 가량 뛰었으나 올해 8.7%로 내린 것이다. 특히 직접투자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주식(직접) 투자 비중은 11.6%에서 7.7%로 3.9%포인트 감소했다. ETF 등 수익증권(간접투자) 비중은 1.7%에서 1.1%로 소폭 내렸다.

반면, 예금을 선호하는 답변은 지난해 83.5%에서 올해 88.8%로 5.3%포인트 늘어났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우려로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부진하자 예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2021년 1월만 해도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이율은 연 0.97% 정도였으나 작년 말 4%대를 넘기는 등 고금리 국면도 길어지고 있어서다. 안전자산인 예금의 수익이 짭잘하니 주식이나 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모양새다.

올 들어 바뀐 투자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답변 비중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19.3%로 1.7포인트 줄었다. 반면, 안전성을 고른 답변은 66.9%에서 67.5%로, 현금화 가능성 응답은 6.3%에서 7.4%로 늘었다. 고금리는 챙기면서도 만기는 단기로, 소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재테크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9월 은행권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91조158억원으로 2월(195조1948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증시 침체 여파로 주식에 흥미를 잃었을 투자자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해석도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자들은 금융 투자에서 수익보다는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부자는 17.0%였으나 ‘손실이 발생했다’는 답변 비중은 18.8%로 더 많았다. 2021년 수익을 경험한 부자(42%)가 손실을 경험한 부자(5.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결과와도 상반된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투자 성향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김진성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금융안정연구센터장은 “고금리 국면에선 자산가치 상승차익보다 고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수요가 높아진다. 올 들어 급증한 정기예금과 채권이 대표적”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 옥석을 가리는 시기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내에서도 최적의 투자처를 찾아 관망하려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이 120조원을 돌파했지만 주로 하루만 넣어도 이자 수익을 안겨주는 단기자금(파킹형) ETF에만 조 단위 자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체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순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 1~3위 모두 파킹형 ETF였다.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4조6395억원)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3조5150억원)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1조8277억원) 순으로 컸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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