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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오스에서 캄보디아까지…한국의 ‘세계유산’ 복원, 국경을 초월하다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 ODA 사업’ 10년
세계유산 지키는 ‘K-문화유산 보존기술’
중남미 대륙으로 수원국 확대 도약 준비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원들이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의 프레아피투 쫌 사원 해체 조사를 하는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국의 문화유산을 대할 때도 조심스럽지만, 다른 문화권의 유적을 복원한다는 것 자체는 큰 부담이었다. 현장에 혼자 있을 때는 해가 질 때까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하고 꼬리에 꼬리가 이어지는 생각으로 밤새 현장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 적도 많았다.” (전범환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 단장 외 17인, ‘난생 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중)

무너진 개발도상국의 문화유산을 우리 힘으로 되살리는, 기념비적인 보존·복원 사업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제1호’로 선정된 해외 유적은 라오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참파삭 문화지역의 홍낭시다 사원이었다. 10년 전인 2013년,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 연구원들은 크메르 제국의 고대문화 유적지로 첫 발걸음을 뗐다.

라오스 참파삭 문화지역의 홍낭시다 사원.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현장은 척박했다. 살인적인 폭염에도 에어컨은 커녕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제멋대로 자라 얽히고설킨 나무 가지 사이로 쥐와 도마뱀이 돌아다녔다. 연구원들은 무수한 변수가 발생하는 현장에서 문화재 복원 세부사항을 치열하게 토론했다. ‘인류문화 유산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에서 나온, 국적을 초월한 공감의 힘이었다. 낯선 이국 땅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수두룩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한국의 ‘기술 자부심’이 원천이 됐다.

그 결과 2020년 홍낭시다 플랫폼과 사원 내 의식을 준비하는 공간인 ‘만다파(Mandapa)’ 복원이 완료됐다. 2021년부터는 핵심 장소로 꼽히는 성소(聖所) ‘셀라(Cella)’의 붕괴된 부재를 해체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에는 금제 유물 237점을 포함해 총 317점의 유물을 수습하는 성과도 냈다. 홍낭시다 사원 보존·복원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보수정비 사업 현장.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지난 10년간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ODA 사업은 라오스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으로 확대됐다. 내년부터는 일명 ‘신들의 도시’로 불리는 캄보디아의 핵심 문화유적인 앙코르와트의 보수·정비 사업에 착수한다. 특히 앙코르와트 복원 사업은 앙코르 유적 복원에 참여하는 17개 국가 중 단 5개 국가만이 수행한다. 문화유적을 다루는 한국의 기술, 접근 태도, 기술 이해와 축적된 경험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지난해 12월에 개최된 캄보디아 국제조정회의(ICC-Angkor)에서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프레아피투 사원과 코끼리테라스 보존 및 복원 2차 사업’으로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공로 훈장을 받았다. 지난 2022년 11월에 개최된 ODA 합동 워크숍에서는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에 기여한 공로와 성과를 인정받아 국무조정실장 단체 표창도 받았다.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원이 파키스탄에서 현지 기술교육(문화유산 디지털기록)을 하는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한국은 1960년대 말부터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 하에 문화유산을 보존해왔다. 1999년 해체를 시작해 최근까지 약 20년에 걸쳐 복원을 끝낸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사업이 대표적이다.

실제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ODA 사업에는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에 활용된 3차원(3D) 디지털 기술, 지표투과 레이더 기술 등이 해외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조사 분석 방법론, 안정적인 과학적 보존처리 등 우리의 문화유산 복원 기술을 수원국의 실무자들에게도 전수하고 있다. 수원기관이 자립해 안정적으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원이 파키스탄에서 현지 기술교육(보존과학)을 하는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이와 함께 한국문화재재단은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문화유산의 보존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중남미 대륙으로 수원국을 확대한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페루 마추픽추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 사업 개발을 현재 추진 중이다.

전범환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 단장은 “문화유산 ODA 사업 착수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화재청과 함께 문화유산 ODA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발전된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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