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군중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면서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 경제의 대격변이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연간 130∼140%대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과 40%대 빈곤율 등 무너진 경제난 속에서 어떠한 ‘극약 처방전’을 내릴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 연방의회 앞 광장에서 열린 취임 연설에서 강력한 개혁을 통한 경재난 해결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재정 및 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면서 “아르헨티나는 현재 연간 1만50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면서 “GDP 5%에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약속하며 “아르헨티나 국민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우리는 수십 년간의 실패와 내분, 무의미한 분쟁을 묻어버리고, 폐허처럼 변한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중앙은행 폐쇄 및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앞세워 ‘극우 돌풍’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는 각종 돌출 언행으로 ‘남미판 트럼프’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외신들은 정권 출범과 함께 공개된 내각 구성을 바탕으로 밀레이 대통령이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 등 주요 공약 이행에 대해선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반대 정파를 끌어들여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권 초기 국정 운영은 다소 온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핵심 공약인 ‘달러화 도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루이스 카푸토를 경제부 장관으로 내정했고, 달러화 도입을 앞장선 에밀리오 오캄포 유세마대 교수 대신 산티아고 바우실리 전 재무장관을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로 낙점했다.

이 외에도 밀레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과 브라질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이었던 입장 역시 실제 교역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밀레이 대통령은 내년 1월 가입을 앞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선 “실제적 이점이 없다”며 철회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과 함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여성인권부와 환경부, 노동 사회보장부 등 일부 부처 폐쇄로 정부 지출 삭감을 위한 부처 축소에 나섰다. 기간시설부와 인적자원부 등은 기존 부처 업무 조정을 거쳐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