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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차도 가불하라고요?”…연말 ‘연차’에 우는 직장인
‘단체연차’에 “내년 연차 끌어쓰라”는 곳까지
근로자 대표와 합의없는 ‘단체 연차’는 불법
‘연차 촉진제’로 미사용 연차보상 없어 울상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 인근 한 빌딩으로 직장인들이 오가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서울 강남지역 한 회사에 다니는 30대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연말 ‘단체 연차’를 시행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올해 마지막 근무일인 이달 28~29일 양일간 직원의 연차촉진의 일환으로 단체연차를 시행하니 휴가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올해 부여된 연차를 이미 다 쓴 A씨가 인사팀에 문의하자 “내년 연차를 끌어다 쓰도록 조치하겠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는 “단체연차를 쓰는 것은 변함없다”고 답했다.

연말 직장인들이 연차 소진 문제로 회사와 씨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믿는 구석’과 같은 연차 휴가를 아껴둔다 해도, 회사의 연말 단체연차 방침이나 연차 촉진제 시행 등으로 인해 ‘쓰고 싶을 때 쓰는’ 연차 기본 취지가 무색해진 탓이다. 심지어 근로기준법 상 적법한 조건들을 만족하지 않은 채 연차 사용촉진 방식을 쓰는 사업장들도 여전해 회사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A씨 회사와 같은 사례에서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있다면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해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합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사원으로부터 휴가 신청서를 받는 식으로 단체휴무일을 운영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저촉된다. A씨는 “노동조합도 없는 회사인데,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같은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면서 “더구나 ‘연차 촉진’이라는 취지에 맞춰 연내 연차를 다 쓴 사람에게까지 내년도 연차를 ‘가불’하듯이 쉬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풍토와 함께 연차 촉진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매출 상위 50대 기업(공기업 제외) 휴가 제도 현황 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4.8%가 연차 촉진제를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용 연차에 대해 금전 보상 의무가 없는 대신, 그만큼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제도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선 “일은 줄지 않는데 미사용 연차 보상도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적잖다.

30대 워킹맘인 B씨는 연차 촉진제가 연말 골칫거리다. 업무가 몰린 연말이지만 연차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쓰도록 한 연차 촉진제가 최근 도입되면서 연차 사용 관리감독이 빡빡해지면서다. 분기마다 연차 계획을 제출·서약하면 회사가 시스템으로 관리하는데, 혹시라도 당일 출근하면 ‘노무수령 거부’라고 해 연차를 쓸 수밖에 없다.

B씨는 “일이 많아 연차를 못 쓰는데, 미사용 연차 보상도 주지 않고 이렇게 일괄적으로 연차를 쓰도록 강제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차는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원할 때 쓰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면서 “창립기념일 등 전사 차원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단체 휴가를 쓰거나 순환 휴가 등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이지만, 합의 없이 근로자 의사에 반하는 연차 사용 강제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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