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로는 10일 현재, 5년 224일 남아
영국 기상청 “내년 1.5도 일시적으로 넘을 것”
기후위기시계는 전세계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경우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온도가 1.5도 올라갈 때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한다. 세계에서 세번째, 국내 최초로 2021년 서울시 용산구 헤럴드 본사 사옥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상으로는 10일 현재, '5년 224일'이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권남근 기자] |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기후위기시계 상으로는 5년 이상 남았는데, 벌써 내년에 지구온도가 1.5도 올라간다고?”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온난화 제한선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1.5도 상승'이 내년에 뚫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섞인 분석이 나왔다. 이는 국내에 최초로 설치된 한국의 기후위기시계가 표시하는 10일 현재 기준의 ‘5년 224일’ 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다.
영국 기상청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지구 기온 전망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되면서 내년 지구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기상청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이 내년에 1.34∼1.58도 사이가 될 것이며, 중앙 추정치는 1.46도라고 예상했다.
분석을 주도한 영국 기상청의 닉 던스톤 박사는 "이 예측은 10년마다 0.2도씩 오르는 지구 온난화 추세와 일치하며 엘니뇨 현상에 의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던스톤 박사는 이어 "따라서 우리는 올해와 내년에 2년 연속으로 지구 기온이 경신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 최초이자 일시적으로 (상승 폭) 1.5도를 초과할 합리적인 가능성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내년 지구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지구 기온 상승 폭 1.5도는 과학자들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수치다. 국제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기후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같은 목표 달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고, 최근 수년간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1.5도 초과'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17일에는 일시적이기는 하나 관측 사상 처음으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2.06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 기상청은 내년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하더라도 당장 영구적 현상으로 굳어지지는 않겠지만 최초로 그 문턱을 넘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던스톤 박사는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이 파리협정 위반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1.5도를 넘는 첫해는 분명히 기후 역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그래도 '1.5도' 목표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한선이 과학보다는 정치의 문제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목표 달성 실패가 광범위하게 인정될 경우 일부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전 세계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경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가 1.5도 올라갈 때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후위기시계상으로는 10일 현재 기준 ‘5년 224일 19시간’ 정도가 남았다.
기후위기시계는 글로벌 기후행동단체 클라이밋클락(Climate Clock)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자료에 근거한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정보를 반영해 수치를 계속 수정해 반영한다.
이 시계는 2021년 5월, 한국의 헤럴드가 클라이밋클락과 업무협약을 체결,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국내 최초로 헤럴드 본사 사옥에 설치한 바 있다. 국내에는 헤럴드에 이어 전주시와 부산시에도 연이어 설치됐다.
happy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