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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투자 줄이는 월가, 22년만에 최대 순유출
해외기관투자, 1~10월 40조원 급감
中경기둔화·부동산 침체 우려에 이탈

한때 중국 시장에 적극적이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중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해외 기관투자자의 중국 투자액은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 대한 우려로 외국 자본의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정보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월스트리트의 대형 사모펀드들이 중국 투자를 위해 모집하는 펀드 규모는 매년 1000억달러(약 131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월스트리트에서 조성된 중국 관련 펀드 금액은 43억5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로 급감했다.

실제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비롯한 헤지펀드들은 최근 중국 주식 보유량을 크게 줄였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중국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인사로 꼽히는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헤지펀드다.

칼라일 등 사모펀드들은 아시아 펀드 모집액을 줄이거나 중국 펀드 모집을 중단했다. 뱅가드와 반 에크 어소시에이츠 같은 자산운용사도 중국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폐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및 채권 보유액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310억달러(약 40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유출이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는 미국 정치권의 요구도 월스트리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공화·위스콘신)은 지난 9월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회사 경영진과 만나 중국과 다른 적대국에 대한 투자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중국 경제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WSJ는 “월스트리트의 중국 투자 감소는 이미 외국 제조업체와 다른 기업들의 이탈에 직면해 있는 중국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들은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당국을 불쾌하게 하면 향후 중국 시장이 회복할 경우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에 몸을 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의 기업인 만찬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달리오 등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9월 갤러거 의원과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회동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비공개로 만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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