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의대 반수 대실패, 학교 돌아가요” 난이도 조절 실패 수능…수험생 ‘대혼란’
입시 대거 뛰어든 N수생들 실패 속출
최저등급 실패로 정시 하향지원 늘듯

가채점 표를 작성하는 고3 학생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 “학교로 돌아갈게요.” 한의대 재학생 A(23)씨는 올해 반수로 의대 입학을 노렸으나 끝내 실패했다. 대학 내엔 ‘한의대에 입학할 정도면 의대도 도전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 배제로 올해는 ‘물수능’일 것이란 예측도 한몫했다. 그러나 A씨는 수능 국어 영역 문제를 받아든 직후, ‘망했다’고 직감했다. 이어진 수학과 영어 영역까지 어려운 출제가 이어지면서 A씨는 반수를 포기했다.

#2. 과학고 재학생 B(19)군은 올해 약대를 노렸으나 영어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하면서 재수를 결심했다. 과학고 재학생은 수시 전형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B군 역시 킬러문항 배제를 기회로 보고 하반기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B군은 A씨와 마찬가지로 국어, 수학 난도에 당황한 채 점심식사도 걸러 영어 시험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난이도가 이례적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생들과 입시업계에선 출제 당국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수험생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학원가에선 킬러문항 배제로 쉬울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불수능’이 현실화 되면서 혼란을 겪는 수험생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기회로 보고 입시에 뛰어들었다 자신이 다니던 대학으로 돌아가는 반수생,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정시를 노리거나 재수하는 재학생 등이다.

특히 올해엔 의대를 노리고 하반기부터 수능을 준비한 수험생이 많았다고 한다. 상위권 대학 재학생은 물론이고, 수시를 준비하던 이공계 명문고 재학생도 입시에 뛰어들었다. 매년 최고치인 재수생 등 ‘N수생’ 비율은 올해도 기록을 갱신했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N수생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 이후 최고치였다. 서울의 한 입시종합학원 관계자는 “의대를 노리고 반수를 시작했다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이 속출했다”며 “의학계 입시는 특히 영어가 중요한데, 국어와 수학이 어렵게 나오면서 영어 영역에서까지도 흔들린 학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시 최저등급 요건을 맞추지못하면서 정시에서 ‘하향지원’을 하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수시 전형에 집중했던 수험생이라면 기대에 못미치는 수능 성적에 맞춰 정시 원서를 쓸 수밖에 없다. N수생이 대거 유입되며 재학생들 역시 최저등급을 맞추기 어려워진 데 따른 도미노 효과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올해 N수생이 워낙 많아 최저등급을 만족할 수 있는 고3 아이들 숫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를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시 하향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출제 당국 역시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자는 부분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일부 난도 부분은 면밀히 살펴야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표준점수 최고점수가 지난해보다 16점이나 올라 150점을 기록한 국어 영역은 ‘너무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다. 교육계 안팎에선 2019년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평가원장이 사과를 했던 전례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시 성기선 평가원장은 ‘난이도 조절 실패해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인 바 있다. 이와 관련 오 원장은 “국어영역 최고 표준점수가 19학년도 수능에 준한다는 말은 맞다”면서도 “표점만 갖고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 내에서 충분히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됐는지,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k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