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학·읽기 1점씩, 과학은 9점으로 오히려 상승
“코로나19 대응 차이가 격차 확대”
“한국 등 수업차질 짧았고 원격수업 충실”
서구 선진국들, 팬데믹 전부터 뒷걸음
“소셜미디어도 악영향”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11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재학생들이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세계 여러나라 교육당국이 이들 소수 선진국을 부러워할 것이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주요 선진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아졌지만 한국은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5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조사에서 선진국들의 학업 성취도는 팬데믹 영향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과 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학업 성취도가 오히려 개선돼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들은 한국 등 일부 국가의 ‘대응’이 나머지 선진국과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PISA 2022’ 조사를 보면 37개 OECD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직전 조사인 2018년보다 수학에서 16점, 읽기에서 11점, 과학에서 2점 각각 하락했다.
통상 점수 20점이 내려가면 이전보다 1개 학년 만큼 성취도가 뒤처진 것으로 간주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결과는 이전보다 수학은 약 4분의 3학년, 읽기는 2분의 1학년 만큼 뒤처졌다는 뜻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수준의 (점수) 하락은 재앙”이라며 학생들의 (미래)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례없는 세계적 하락”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점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수학의 경우 오랫동안 높은 학업성취도로 주목 받아온 핀란드를 포함해 프랑스, 독일, 폴란드, 노르웨이 등의 점수가 20점 이상 하락했다.
한국의 경우 수학과 읽기는 1점씩 올랐고 과학은 9으로 상승했다. 한국 외 대만, 일본, 싱가포르도 수학 등의 점수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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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이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으로 팬데믹에 대한 대응 차이를 지목했다. 한국과 대만 등의 경우 학교 폐쇄에 따른 수업 차질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수학 등 성적이 좋았다는 평가다. 또 원격 수업의 품질 차이도 학업성취도 격차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교육 지원 인력을 팬데믹 동안 대거 늘린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됐음에도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정부가 계약제 교사 같은 교육 지원 인력을 3만명 고용하는 등 학생들을 많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원격 수업이라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배우는 기술이 있고 교사로부터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고 느낄수록 성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적 조치로 대만 타이페이의 한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다. [AFP] |
다만 코로나19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하락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이미 팬데믹 전부터 성취도가 하향 또는 정체 흐름을 보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OECD 평균 점수는 수학은 6점, 읽기는 3점, 과학은 13점 각각 내렸다.
이에 대해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코로나19가 서구 선진국 성취도 하락의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며 이미 많은 OECD 회원국에서 이미 뚜렷했던 추세를 강화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실제로 OECD 학생 4명 중 1명꼴로 지난해 수학 수업 시간 대부분에서 다른 학생의 디지털기기 사용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졌다고 답했으며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제외한 결과 이들 응답자는 수학에서 평균 4분의 3학년만큼 성취도가 뒤처졌다고 FT는 전했다.
유럽 교육 시스템의 성공 사례로 간주돼 온 핀란드에서 성취도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에 대해선 핀란드가 학생들에 대한 학문적 기대치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슐라이허 교육국장은 “핀란드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우리가 학문적 성공의 희생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문적 성공을 통해 학생의 행복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FT에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