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문미선(43세)씨와 남편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면서 우리 가족 지켜봐줘.”

생때같은 두 아들을 두고 먼저 떠났다. 남겨진 남편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다른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

지난 10월 25일, 두 아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던 문미선(43세)씨가 운동 중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의료진의 치료에도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 했고, 뇌사상태에 들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문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렸다. 문씨의 심장, 간장, 신장(좌·우)이 다른 이들에게 새생명을 선물한 것이다.

고(故) 문미선(43세)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문씨는 대구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적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던 문씨. 엄마는 후천성 실명 장애가 있었지만, 이 같은 가정환경은 문씨가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망설이지 않도록 한 계기가 됐다.

결혼 이후에도 남편과 ‘사랑의 짜장면을 만드는 모임’ 봉사팀에서 13년 넘게 활동했고, 4년 전에는 기증희망등록을 하기도 했다.

문화센터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며 헬스, 수영, 등산, 마라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던 문씨였기에 갑작스런 이별은 가족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과거 문씨의 약속을 생각해내고 기증을 결심했다.

문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남편 김도형씨는 이렇게 인사를 전했다.

“14년간 나와 함께 해줘서 너무 행복했고, 고마웠어. 진심으로 당신만을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