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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봄’, 어떻게 MZ관객 확보에 성공했나[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14일만에 500만관객을 돌파했다. 두번째 주말은 첫번째주보다 더 많은 관객이 찾아와 주말 역주행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12. 12 군부 쿠데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극장을 찾고 있고 가족 단위 관객도 많다.

당초 ‘서울의 봄’ 제작진은 몇가지를 걱정했다. 12.12를 아는 중년들만 소비하게 될 경우가 첫번째인데, 이는 쉽게 극복됐다.

두번째는 12.12 쿠데타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1979년 10.26 사태와 이듬해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콘텐츠는 많았다. 10.26은 박정희 시해범 김재규의 재판 진행 과정과 합동수사부의 발표 등 자료가 꽤 있고, 5.18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12.12 관련 상황은 주로 구전(口傳)에 의지했고,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다룰 경우 자칫 전두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12.12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의 봄’이 12.12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려냄으로써 콘텐츠의 희소성이 생겼다. 당연히 전두광(황정민)보다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태신(정우성) 수경사령관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전두광이 중심이 되지 않았고, 이태신의 시점으로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러니 관객들 사이에서는 분노로 얼마나 심박수가 올라가는지 알아보는 ‘심박수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전두광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회라는 신군부 반란세력이 미친 짓을 계속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0.26이 아니라 12.12다. 10.26은 하나회가 벌인 상황이 아니다. 권력 공백기가 됐을 뿐이다. 그래서 12.12를 다루는 것은 역사를 통한 반면교사의 의미가 충분히 있다. 당시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도 우리 현대사의 이런 면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국가의 높은 책임자가 유고가 됐을 경우 그 바로 밑의 직책을 가진 사람이 직무대행을 하게 되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는 국무총리, 계엄사령관인 육참총장을 대신하는 육참차장은 사태를 직시하고 빨리 지휘 체계를 확립해야 하지만, 우물쭈물하거나 엉뚱한 짓을 해 ‘반란군’을 도와주는 꼴이 됐다.

영화는 12.12 쿠데타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좀 더 집중하기 좋게 만들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감상하기 쉽게 만들었다. ‘나쁜 군인‘으로서의 전두광과 ‘좋은 군인‘ ‘참군인’으로서의 이태신 구도다.

대한민국 전체 군인 중에서 보안사 병력은 한 줌 밖에 되지 않는다. 하나회까지 다 포함해도 적은 숫자다. 그런데 그들이 군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좌우할 권력을 가지게 된다.

영화를 보면, 전두광을 제압할 기회가 몇차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두광은 자신들을 진압할 병력을 보낸다고 하면 ‘내전 발생’ 운운하며 상대를 협박하듯이 목소리를 높이며 시간을 벌었다. 당시 신군부측은 도청과 감청을 하며 진압군의 정보를 낱낱이 꿰고 있었다.

여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문화가 작용한 듯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문관료(테크로크래트)는 좋아했지만 정치인은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앙정보부, 보안사령부, 경찰 등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판단 자료로 삼았다. 이들은 권력 부스러기를 챙기기 위해 ‘정보 경쟁’을 펼쳤다. ‘중앙정보부’란 ‘중앙’에 ‘정보’를 모아놓기만 하면 엄청난 ‘권력’이 되는 곳이었다.

12.12 쿠데타때도 전두광 보안사령관 겸 합수부장은 도청에 의한 ‘정보’로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었다. 전두광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역인 문일평 역을 맡은 박훈은 무대인사를 다닐 때마다 “도청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다.

전두광은 수경사내 반란군이 모여있는 30경비단장실(안세호가 분한 장민기 역)에 3명의 상관이 있었다. 안내상(황영시), 배송학(유학성), 현치성(차규헌) 등 세 명의 중장이다. 여기서 차규헌은 5.16때도 주체세력이었던 유일한 인물이다.

극중 안내상은 전두광에게 “전 장군. 대통령 재가를 받은 거요. 왜 늦어지고 있어요?”라고 닦달하듯말하면서 흥분한다. 여기서 진압군에게 제압 당하면 총살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명은 모두 별 4개를 달았고, 전역 후에도 각각 감사원장(황영시), 중정부장(유학성), 교통부장관(차규헌) 등 요직을 차지했다.

영화를 보면, 전두광은 이 세 명의 상관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상관이기 때문에 선배라며 예우는 갖춰주지만 “왜 이렇게 겁이 많냐”는 투로 반응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중에는 12.12를 아는 50대 후반 이상과 그 아래 세대로 나눠지는데, ‘서울의 봄’이 세대간 소통을 이뤄주는 면이 있다. 영화에서는 장태완 수경사령관이 연상되는 이태신의 가족 비극은 나오지 않는다. 장태완 장군의 아버지, 아들, 장태완 본인, 아내(극단적 선택) 순서대로 저 세상으로 갔다. 정해인이 연기한 김오랑 소령(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의 죽음에 대해서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관객들이 '서울의 봄'을 통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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