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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의 휴가’ 김해숙 “자식 위해 희생하는 게 부모” vs 신민아 “모성애? 상상 이상 감정”[인터뷰]
애증 털어내는 모녀 이야기 ‘3일의 휴가’
김해숙 “내 딸이 옛날 내 모습 닮아”
신민아 “가족 연락, 사실 가장 쉬운 일”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세상에서 가장 편하지만 가장 어려운 관계가 있다. 바로 부모와 자식 관계다. 부모는 자식에게 언제나 의지의 대상이면서도 거부감이 있는 존재다. 반면 자식은 부모에게 절대 이길 수도, 맘대로 되지도 않는 존재다.

6일 개봉한 영화 ‘3일의 휴가’는 이처럼 미묘하고도 복잡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그린다. 천국에서 3일의 휴가를 받은 엄마 복자(김해숙 분)가 현실에 홀로 남겨진 외동딸 진주(신민아 분)를 몰래 보러 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딸을 지켜보던 복자는 그 동안의 딸에게 품었던 오해를 풀게 되고, 진주 역시 엄마가 생전에 운영하던 백반집을 임시 운영하며 엄마에 대한 응어리를 치유한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두 배우를 각각 만나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엄마’ 김해숙 “자식 위해 희생할 준비된 부모…자주 연락하라”
[쇼박스 제공]

영화에서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은 ‘국민 엄마’로 통한다. 수십 년 간 여러 작품에서 누군가의 엄마를 대변했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복자 역은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이다. 그 역시 누군가의 딸이자 두 딸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장면이 내 얘기였다”며 “내가 딸이었을 땐 철이 없었고, 엄마가 돼서야 내 딸이 똑같은 행동을 할 때 ‘엄마가 이런 마음이였겠구나’하며 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엄마이자 딸이었는데, 우리 딸이 옛날의 나 같더라”며 “어쩔 수 없는 대물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해숙은 “엄마가 ‘이것 먹어라’ 하면 짜증을 내고,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바쁘다며 바로 끊었는데 나도 이제 (엄마처럼) 그러고 있다”며 “딸이 나이가 들었는데도 나갈 때마다 ‘조심해라’, ‘밥 챙겨 먹어라’는 잔소리를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해숙은 극중에서 평생 딸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로 분한다. 딸이 바쁘다고 연락이 뜸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해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빠 보이는 딸의 눈치를 보며 딸을 오매불망 그리워한다.

김해숙은 “엄마의 마음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엄마는 슬픔과 기쁨을 넘어 오로지 자식이 잘되기 만을 바라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식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성애에 대해 “이 세상의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는, 희생을 넘어서는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쇼박스 제공]

김해숙은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부모님께 자주 연락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상하게도 부모님께는 생전에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잘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부모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언제든 애정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며 후회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를 속으로만 생각하고 풀지 않으면 서로 상처를 안고 살 수 있으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법을 알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의 부모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그래도 공통점을 찾으라면 자식을 위해 희생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어떤 경우에도 자식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딸’ 신민아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 표현해야”
[에이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복자의 딸 진주는 평생 엄마에 대한 애증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엄마를 속으론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엄마가 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엄마를 떠나보낸다. 그 원망과 애증은 고스란히 후회로 돌아왔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진주는 미국에서 하던 교수 생활도 잠시 정리하고 시골 백반집에서 엄마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으며 살아간다. 조금이나마 엄마를 미워한 죄를 덜기 위해서다.

신민아는 현실에서 진주와는 사뭇 다른 딸이다. 오히려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라고 했다.

그는 “엄마와 자주 만나고 고민이 있으면 친구한테 얘기하듯 편하게 공유한다”며 “현실에선 내가 오히려 엄마의 안부를 더 묻고, 엄마가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싸우진 않지만 진주처럼 가족에겐 말투가 좀 이상한 것 같다”며 멋쩍어 했다.

그러나 진주의 역할에 감정 이입되기가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모녀 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모녀에 대한 이야기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신민아는 엄마와의 관계가 좋았지만, ‘3일의 휴가’ 촬영 이후 가족에 대한 태도가 더 남달라졌다. 그는 “우리는 결국 모두와 이별할텐데, (촬영을 하면서) 소중한 사람과 있을 때 온전히 행복하다는 걸 느끼고 사랑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엄마 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잘 살피고 연락을 자주 하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쇼박스 제공]

40년 가까이 자식으로서의 인생만 살아온 신민아.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모성애를 정의해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상상하기 어려운 감정’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아주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느낌일 것 같다”며 “상상하는 것보다 큰 사랑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몇 배 이상의 느낌이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본다”고 했다.

다만 나중에 부모가 된다면 “자식이 생기면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며 “내가 어떤 엄마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는 실제로 자식을 낳으면 달라진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신민아는 ‘3일의 휴가’를 본 관객들에게 어렵지 않은 일 한 가지를 부탁했다.

“가족에게 전화를 한다는 건 모두 어려워 하지만 가장 쉬운 일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 모두 어렵지 않은 쉬운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시간을 잘 보내는 게 가장 소중하니까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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