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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기승’ 소아과 오픈런에 애타는 부모
진료시간에 도착하면 이미 ‘지각’
호흡기환자 몰려 1시간 대기 기본
‘귀한’ 소아과병원 쏠림 점입가경

4일 오전 8시 45분께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 앞. 건물 내 엘레베이터 앞부터 입구 밖까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를 낀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은 채 줄을 섰다. 곳곳에서 ‘엄마 지루해’, ‘안아줘’, ‘다리 아파’ 등 아이의 칭얼거림이 들려왔다. 이들 모두 건물 5층에 위치한 소아과를 가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대기 중이었다.

6명만 타도 꽉 차는 이 건물 엘레베이터는 수시로 1층과 5층을 오가며 소아과를 찾은 이들을 태웠다. 오전 8시 50분께 엘레베이터를 탄 김모(44) 씨는 코감기에 걸린 4살 짜리 아들을 목도리와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 시키느라 늦어졌다며 초조해했다. 이 병원 진료 시작 시간은 오전 9시다. 오전 9시가 되려면 아직 10여분 남았지만 소아과를 찾는 이들이 많아 진료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면 ‘지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감기와 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소아 환자가 늘면서 ‘소아과 오픈런(병원 개시 전부터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몰리는 현상)’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6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1월 19∼25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45.8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3∼2024년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 6.5명의 약 7배, 지난해 같은 기간 13.9명의 약 3.3배 규모다. 또 직전 주 대비 22.45%, 4주 전 대비 40.49%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7~12세, 13~18세 연령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7∼12세에서 100.9명, 13∼18세에서 104.0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각각 유행 기준의 15.5배, 16배다.

김씨는 “주말 새 아이의 코감기 증상이 심해져서 연차까지 내고 병원에 왔다”며 “(4일이) 월요일이라 사람이 더 몰릴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오전) 8시 30분엔 도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전 9시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접수처와 대기실은 4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진료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크린엔 대기자 이름이 계속 추가됐고, 간호사는 차분하면서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10분 뒤에도 꾸준히 밀려오는 환자로 병원 내 더 이상 앉을 곳이 없게 되자 일부는 서서 기다리기도, 접수 번호표만 받아놓고 주차장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간호사 하모(38) 씨는 “지금 진료 받으려면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이 정도 대기시간이 찍히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에 찾은 다른 소아과 2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은평구의 A소아과와 마포구의 B소아과 모두 대기실은 소아 환자와 보호자로 꽉 찼고 대기 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이었다. A소아과에서 만난 차모(65) 씨는 “손녀가 독감에 걸렸는데 딸이랑 사위는 회사 가야 하니까 내기 대신 데리고 나왔다”며 “난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 기다리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애가 빨리 약 먹고 쉬어야 하는데 (대기 시간 때문에) 그러질 못해서 맘 아프다”고 했다.

B소아과의 간호사는 “원래도 소아과가 귀하니까 환자가 많은 편인데 지난달 말 기온이 훅 떨어지고 나서부터 확실히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가 늘어났다”며 “12월이라 앞으로 독감 환자가 더 늘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확산하면서 소아 진료 대란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는 폐렴은 보통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면역력이 약한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대만 등 인접국은 최근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비상인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보건 당국은 미유행 타령을 멈추고 코로나19를 반면교사 삼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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