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다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스라엘군의 공습 속에 피란민이 몰리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의료 시설 가동 능력이 한계를 맞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단행한 이후 전날까지 가자지구에서 운영이 가능한 병원은 36곳에서 18곳으로 줄었다.

가동 중인 18개 병원 중 3곳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만 가능하며 나머지 병원들도 진료과목의 일부만 수행할 수 있다.

공습이 가장 심했던 가자 북부 병원은 대부분의 치료가 중단되는 바람에 가자 남부의 12개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과부하가 빚어지고 있다.

WHO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 일대에서 지상 작전을 강화하며 병원의 의료 부담이 커질뿐 아니라 안전 문제로 의료용품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접근성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남부의 주력 병원 2곳은 나세르 종합병원과 유럽 가자 병원이다.

WHO는 병상이 250개인 나세르 종합병원에는 환자 1000명, 피란민 수천명이 있고, 병상 370개를 보유한 유럽 가자병원에도 환자 1000명과 7만명 가까운 파란민이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남부 병원들이 가자지구 전역의 환자를 받아들이며 의료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수용 가능 인원의 3배에 달하는 환자가 몰려있고 피란민까지 들어와 있어 시설 내부는 재앙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세르와 유럽 가자 병원은 압도적인 환자 수에 비해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쉬지 않고 일하는 의료진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면서 “많은 환자가 바닥에서 치료받고 감염성 질병 환자까지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WHO는 전날 이스라엘군으로부터 가자 남부 칸유니스 인근의 구호품 창고를 비우라는 통보를 받은 점과 관련해서는 “요구를 따라 창고를 비우고 이집트 국경 가까이에 있는 라파 지역의 창고로 구호품의 90%를 가까이 옮겼다”고 말했다.

리처드 피퍼콘 WHO 서안·가자지구 지역 대표는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칸유니스 근처 구호품 창고 인근에서 앞으로 며칠간 교전이 활발할 가능성이 있었고, 의료품이 필요한 곳에 쓰이게 하기 위해 이런 요구를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호품들은 가자 남부 의료시설에 지원될 것이고 조건이 허락한다면 북부 지역에도 일부 전하길 희망한다. 더 많은 창고와 구호품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