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테슬라 공장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동자 임금 단체협약을 거부하자 산별 노조의 집단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차량 운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스웨덴 노조의 파업에 이어 덴마크 노조가 연대 행동 방침을 표명하는 등 북유럽 전역으로 노조의 보이콧이 확산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최대 노조인 3F는 테슬라가 임금 단체 협약을 계속 거부할 경우 오는 18일부터 3F 운송 부문 조합원들은 테슬라 노동자들과 연대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3F 노조는 성명을 통해 “운송 부문의 모든 조합원이 연대 행동을 벌일 것”이라며 “이는 테슬라 차량을 항구에서 하역하거나 화물차를 이용해 스웨덴으로 운송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노조의 이 같은 방침은 스웨덴 노조가 북유럽 다른 국가들의 노조에 연대 행동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3F 노조의 운송 부문 위원장인 얀 빌라드센은 머스크 CEO를 향해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규칙을 만들 순 없다”며 “북유럽에는 노동 시장에 대한 몇 가지 협약이 있으며, 이곳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임금 단체협약과 산업 부문별 협상은 북유럽 노동시장의 근간이다. AFP는 스웨덴 전체 노동자의 90%, 덴마크 노동자의 80%가 이 협약에 따라 임금과 근로 조건을 보장 받는다고 전했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조에 이어 현재 핀란드와 노르웨이 노조도 스웨덴 노조와 연대할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스웨덴에선 테슬라 수리점 10곳에서 일하는 정비사 130여 명이 지난 10월 27일부터 사측의 임금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맞서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소속된 스웨덴 금속노조(IF메탈)가 먼저 파업에 나섰다. 이후 우체국(PostNord AB) 노동자들이 포함된 서비스·통신직 노조 등 9개 산별 노조가 ‘동조’ 방침을 표명, 우편물 배송과 차량 운송 거부 등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스웨덴 교통국이 발급한 신차 번호판을 우체국 노동자들이 배송하지 않아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테슬라 측은 지난달 말 당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는 테슬라가 우체국 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번호판을 받을 수 있는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북유럽 노조들이 운송을 모두 거부하면 테슬라는 독일 공장에서 육로로 차량을 직접 가져와야 해 대량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북유럽 노조 간의 이번 갈등이 다른 지역의 테슬라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테슬라 내에 노조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지난달 29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딜북 서밋’ 공개 대담에서 “그들은 회사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종의 지주와 소작농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며 노조 결성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스웨덴 노조의 파업으로 테슬라 신차 번호판이 배송되지 않는 문제를 전하는 한 게시글에도 “이것은 미친 짓(insane)”이라고 댓글을 달아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