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의 판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영국에서 유일한 판다 한 쌍이 12년 만에 고향 중국으로 떠났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텔레그래프지 등에 따르면 자이언트 판다 암컷 '톈톈'과 수컷 '양광'이 특별 전세기를 타고 중국 쓰촨으로 향했다.

판다 한 쌍을 실은 특수 제작 우리는 이날 아침 동물원을 출발해 오후 1시 40분 에든버러 공항에서 중국 남방항공 보잉 777 화물기에 실렸다. 동물원 측은 판다 수송을 위해 잠금장치가 있는 미닫이문, 소변 판, 탈착식 가림막 등을 갖춘 길이 190㎝, 높이 146㎝, 너비 127㎝ 크기의 철제 우리를 제작했다.

에든버러 동물원을 운영하는 스코틀랜드 왕립 동물 협회 데이비드 필드 회장은 "아침에 작별 인사를 하면서 다들 슬퍼했다"며 "사육사뿐 아니라 직원, 방문객, 웹캠으로 지켜봐 온 모든 이들에게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필드 회장은 "관람객들은 이 동물 스타와 감정적인 관계를 맺었다"며 "동물원에 판다 같은 종을 두는 것은 사람들이 동물 보호를 지지하도록 영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의 판다. [게티이미지]

톈톈과 양광은 2011년 12월 영국에 도착했다. 원래 임대 기간은 10년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2년 더 머물렀다. 지금까지 8차례의 번식 시도가 이뤄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2021년 마지막 시도 이후 번식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동물원은 판다 임차료로 연 75만파운드(약 12억4000만원)를 중국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서식처 건설에 300만파운드, 국내산 대나무 사료비 240만파운드와 사육사 임금, 보험료 등이 들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지난 주말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판다들을 보려는 인파가 영국 전역에서 몰려와 줄이 길게 늘어섰고,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다 몸싸움이 벌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동물원 측은 판다들이 떠날 때 소동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날 출발 시간은 비밀에 부쳤다.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지내던 판다를 실은 상자가 4일(현지시간) 중국행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톈톈과 양광이 탄 항공기에는 영국 측 사육사와 수의사, 중국 측 사육사, 항공사 관계자만이 탑승했다.

수의사 스테파니 모타씨는 "비행 내내 대나무를 많이 먹이고, 가까이에서 호흡, 식욕, 배설물 등을 지켜볼 계획"이라며 "판다들이 훈련을 받긴 했지만, 최상의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가 에든버러와 중국 중간쯤을 지날 때 영국 측 사육사가 중국 측 사육사에게 상자 열쇠를 건네주면서 책임도 넘어간다. 이들은 약 13시간 후 쓰촨성 청두에 도착한 뒤 추가 격리를 거쳐 각기 다른 판다 센터로 보내진다.

한편, 2020년 7월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도 만 4살이 되는 내년이면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에버랜드는 2024년 7월 20일까지 중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협의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 등과 지난 7월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