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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노소재 융복합물성 원샷 측정”…표준硏 ‘융합 나노현미경’ 개발
장정훈 책임연구원이 융합 나노현미경의 미세조절노브를 움직여 그래핀 시료의 광반응을 최적화하고 있다.[KRIS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나노 소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질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융합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 나노 영역에서 융복합 신소재의 물성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로, 상용화에 적합해 관련 소재 및 장비 산업 발전을 촉진할 전망이다.

이번에 개발한 현미경은 원자힘현미경, 광유도력현미경, 전기힘현미경의 기능을 합친 융합 나노현미경이다. 렌즈 대신 미세한 기능성 탐침으로 시료를 두드려 그 안팎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나노물질의 형상과 광학적‧전기적 성질을 단 한 번의 스캔으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융합 현미경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나노 소재는 이중층 그래핀이다. 단층 그래핀에 비해 기계적 강도와 유연성, 열전도율이 높아 응용 잠재력이 뛰어난 물질로 손꼽힌다. 각 층에 가해지는 전압을 달리하거나 겹쳐진 각도를 변형함에 따라 초전도성을 비롯한 다양한 물성을 띈다.

KRISS 나노분광이미징팀은 융합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이중층 그래핀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적외선 흡수반응의 원리를 나노 영역에서 밝혀냈다. 그래핀은 이중층으로 구성하면 단층 구조일 때와 달리 적외선을 흡수하는 영역이 생겨난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그래핀 두 층 간의 전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융합 현미경을 통해 확인하고, 인위적으로 전하 불균형을 조절해 적외선 흡수 성질을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기존 나노현미경은 소재의 단일한 물성만을 각각 측정할 수 있어 이처럼 복합적인 물성을 측정‧분석하기에 어려웠다. 두 가지 물성을 동시에 측정한 사례도 있었지만 장비 제작이 쉽지 않아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현미경은 기존 원자힘현미경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제작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유리하다. 융합 나노현미경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된 첫 사례다.

향후 융합 나노현미경의 측정 물성을 광‧전기적 성질 외에 자기적 성질까지 확대하면 나노 영역에서 광‧전‧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나노 영역에서 양자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융복합 신소재의 물성 연구를 가속해 나노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의 또다른 강점은 융복합 물성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소적으로 물성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미경의 탐침으로 시료 표면을 긁어 전자가 가해지는 양을 조절하면 소자의 광‧전기적 성질을 동시에 스위치처럼 제어 가능하다. 융복합 성질을 응용한 회로 디자인, 소자 설계에 쓰일 수 있다.

나노 현미경 개발을 주도한 KRISS 나노분광이미징팀.[KRISS 제공]

이은성 KRISS 나노분광이미징팀장은 “이번 성과는 KRISS가 2015년부터 축적해 온 나노측정 연구 노하우의 결과물”이라며 “융복합 나노측정기술 국산화로 신소재 연구 주도권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 앤 애플리케이션’ 11월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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