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 순직한 임성철(29) 소방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지난 1일 제주지역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구한 뒤 불을 끄다 순직한 29살 故 임성철 소방장(29·특진 추서 전 소방교)의 대학생 시절 글이 공개됐다. 119센터 실습을 마치고 소방관으로 일할 날을 꿈꾸던 시절의 언론 기고문이다.
4일 제주 지역 매체 ‘헤드라인제주’는 한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 2학년이던 임 소방장이 2016년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 기간 제주소방서 화북119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한 뒤 해당 매체에 기고한 글을 다시금 공개했다.
2017년 1월6일 온라인에 올라온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이정표’라는 제목의 기고글에서 임 소방장은 첫 번째 구급 출동 당시 “너무나 떨렸다”고 회상하며 침착하게 환자를 이송하는 선배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다”고 적었다.
4일 오전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임성철 소방장 빈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달한 옥조근정훈장이 놓여 있다. [연합] |
그러면서 “소방실습을 하는 동안 놀라웠던 점은 시민들”이라며 “소방 싸이렌이 울리면 정말로 길 터주기 운동을 해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실제로 길 터주는 모습을 보니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며 가슴 벅찼던 순간도 적었다.
임 소방장은 또 “이번 소방 실습을 통해 구조·구급 대원들이 한 사람이라도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도 소방관이 된다면 이번 실습으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대학) 응급구조과 후배들에게 전달해 주고 나도 하루빨리 실습생이 아닌 동료로 반장님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도 적었다.
해당 글을 기고한 뒤 임 소방장은 2019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으로 일하던 5년 차 소방관이었다. 그는 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감귤창고 화재 진압 중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가 강한 바람에 무너져 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 잔해에 머리를 맞고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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