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그가 한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공개 비판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독일 주간지 슈피겔, 스위스 매체 '20분'과 각각 진행한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지를 잃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점점 더 고립돼 독재화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시장과 주지사들의 완고함과 독립성이 우크라이나가 젤렌스키 대통령 중심의 독재국가가 되는 것을 막는 중"이라며 "지방자치정부만이 현재 유일한 독립 기관이다. 이 또한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전쟁 초 러시아의 침공을 버틴 건 중앙정부 덕이 아닌 지방정부 관리들의 힘이 컸다고 강조했다.
또 키이우의 전기·에너지 시설들에 대한 러시아의 드론 공격 또한 스스로 막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에 취임한 클리치코 시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숙적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런 전쟁 상황 가운데에서 그의 비판이 나왔다는 건 21개월로 접어들며 현재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여론조사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도는 아직 60%를 상회 중이지만, 이전보다는 하락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반대파들은 그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고, 이와 함께 부패 척결 또한 하지 못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3월로 잡힌 대선을 미루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클리치코 시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사전 경고를 무시했다며 "사람들은 왜 우리가 전쟁에 더 잘 대비하지 못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전쟁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교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대통령은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에서 가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물러서지 않았다. 만족한다. 우리는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와 싸우고 있다. 만족한다"면서도 "사람들을 잃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무기를 갖지 못했다. 만족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그렇다고 불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때문에 내년 봄에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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