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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년회는 막차전에 끝내요”… 택시비 고공행진, 연말 ‘풍경’도 바꿨다
물가 상승·택시요금·할증 인상에 바뀐 송년 모임
1차 귀가, 홈파티, 심야 대중교통 이용하는 직장인
연말 송년회.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윤모(29) 씨는 “이번 송년 모임은 집에서 모여 각자 음식을 사와서 하자”는 팀장의 말에 놀랐다. 윤 씨는 “2·3차, 노래방까지 계속되던 송년 모임 분위기가 이제는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홈파티를 하거나 송년 모임을 하더라도 카페를 갔다가 일찍 끝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같은 분위기 변화로 치솟은 물가와 택시비를 꼽았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도 오르고, 서울 택시 심야할증 시간이 오후 10시로 앞당겨지고 기본요금이 오르자 ‘택시 귀가는 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조기 귀가’를 하거나 ‘심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송년 모임을 ‘홈파티’로 진행하거나 ‘점심 모임’으로 끝내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경기도 하남으로 출퇴근하는 최모(34) 씨는 “연말 모임이 많이 잡히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지하철 막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갈 생각”이라며 “예전에는 그냥 ‘택시 타자’라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다들 '택시는 피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기본 거리도 2㎞에서 1.6㎞으로 줄었다. 시간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거리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올랐다. 이와 관련해 통상 1만원이면 가던 거리를 1만3000원~4000원 정도 요금이 나오는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기본요금은 물론이고 시간·거리 비용까지 오르면서 택시가 ‘서민 교통’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다.

판교 IT 스타트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28) 씨는 “송년회는 막차 전에 끝내자는 내용이 사내 공지에 올라오기도 했다”라며 “혹시나 대중교통 막차가 끊기더라도 요즘은 ‘심야 버스’가 잘 되어 있어서 괜찮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25)씨는 “마포구의 파티룸에서 친구들과 ‘와인 파티’ 컨셉으로 송년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식당을 가고 비싼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것보다 파티룸을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파티룸을 잡는 가격보다 식당에서 와인을 시키는 가격이 훨씬 비싸더라”라며 “택시비도 굳고 하루종일 함께할 수 있으니 진짜 송년 모임을 하는 기분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빈 택시를 향해 모여들고 있는 모습. [연합]

택시 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한다는 황모(69) 씨는 “코로나 때 택시 대란이 났었다면, 요즘은 택시 기피가 느껴진다”라며 “할증이 시작되기 전인 저녁 8~9시 사이에 택시 콜이 가장 많다”고 했다. 개인택시 기사 전모(57) 씨 역시 “연말에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정말 택시 타는 사람이 없다”라며 “그나마 요금이라도 오르지 않았으면 일하는 기사들이 더 줄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만 서울시는 혹시 모를 연말 ‘택시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시는 수요에 비해 야간운행 택시가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는 추가 야간운행 택시 2500대를 공급하고, 강남·홍대입구역 등 12곳에 ‘임시 택시 승차대’를 설치해 택시 공급을 위해 힘쓴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식보다는 홈파티를 하는 등의 소비 줄이기 문화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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