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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돌아온’ 업타운, “이런 사운드의 음악도 좋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1세대 힙합 알앤비 그룹 업타운
데뷔 25주년 기념 음반 발매
3대 보컬 스피카 출신 루비 발탁
업타운 [티캐스크이엔티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저음의 남성 래퍼가 시작하는 영어 랩이 이어지다, 짱짱한 여성 보컬이 툭 튀어나온다.

“돈트 워크 어웨이, 러브 미 베이비.”

업타운의 등장은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1996년, 발라드와 댄스, 트로트와 힙합이 공존하던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에 세상에 나온 소위 ‘본토 냄새’를 장착한 힙합 알앤비(R&B) 음악이었다. 지금이야 영어 가사가 흔하다지만, 당시로선 노래 도입부에서 무려 30초를 영어로 부르는 것 역시 흔한 일은 아니었다. 열여섯 살이었던 윤미래와 리더 정연준을 필두로 한국에선 듣기 어려웠던 리듬 감각과 그루브을 실어넣었던 그룹.

그들이 돌아왔다. 원년 멤버이자 작곡가인 정연준을 중심으로 3대 여성 보컬인 스피카 출신의 루비(김보형)를 영입했고, 객원 멤버로 알앤비 보컬 베이빌론이 힘을 보탰다. 업타운이 새 앨범을 내는 것은 2010년 ‘업타운7(서프라이즈!)’ 이후 13년 만이다.

1988년생인 베이빌론에게 업타운의 존재는 각별하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베이빌론은 “산책을 하거나 차에서 노래를 많이 듣는데 주로 외국 곡 위주로 선곡한다”며 “그런데 차 안에서 유일하게 듣는 한국 음악이 업타운이다. 분위기를 내고 싶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즐겨 듣는 외국 노래와 분위기나 밸런스,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제게 업타운은 저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주는 아이디어 뱅크인 것 같아요.” (베이빌론)

업타운 [티캐스크이엔티 제공]

‘다시 돌아온’ 업타운의 데뷔 25주년 기념 베스트 음반 ‘백 투 아날로그’(Back II Analog)엔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마이 스타일’(My Style), ‘다시 만나줘’, ‘마이 레이디’(My Lady) 등 기존 히트곡을 리메이크하거나 리마스터한 노래들을 담았다. 사실 올해는 업타운의 데뷔 27주년이나, 2021년부터 음반 작업을 시작한 점을 중요하게 여겨 25주년 기념 음반이 됐다.

앨범의 메시지는 타이틀곡과 앨범 명에 그대로 담았다. 정연준은 “사람은 아날로그인데 세상이 너무 디지털화됐다”며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아날로그가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백 투 아날로그’는 1980년대 솔 펑크 콘셉트의 음악이다. 업타운 3대 보컬 루비와 베이빌론,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가수 로렌 에반스가 객원으로 참여했다.

루비는 “업타운의 3대 보컬로 활동하게 돼 감사하다”며 “업타운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매일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타운의 중심’인 정연준은 3대 보컬 루비와 베이빌론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는 “베이빌론은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보컬 능력을 가진 친구”라며 “펑키하면서도 마이클 잭슨과 같은 느낌의 작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런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3대 보컬 루비는 스피카 출신으로 정연준이 심사숙고해 발탁한 멤버다.

“루비는 원석이에요. 1대 보컬 윤미래의 경우 제가 열두 살 때부터 노래를 가르쳤어요. 윤미래는 타고난 리듬감과 독특한 발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죠. 제시는 17세에 발탁했는데 와일드한 목소리와 성격을 지녔어요. 루비는 윤미래 제시와는 또 다른 보컬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연준)

업타운 [티캐스크이엔티 제공]

업타운을 상징하는 오리지널 알앤비 감성은 정연준의 ‘완벽주의’와 치밀한 디렉팅에서 나온다. 루비는 “정연준 PD님이 나를 확고한 색깔을 가진 보컬리스트로 자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이렇게 미세하게 분석하며 연습한 것은 처음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자신의 음악을 해왔던 베이빌론에게도 정연준과의 만남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는 “원래 녹음을 빨리 하는 편인데 정연준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디릭팅을 받았다”며 “음절과 음절 사이의 밴딩(음과 음 사이를 잇는 연결음), 인지하지 못한 치찰음과 호흡까지 디테일하게 알려주셔서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업타운의 새 앨범엔 대한민국 1세대 힙합 알앤비 그룹 업타운이 개척한 음악의 길과 현재의 모습이 담겼다. 정연준은 “업타운을 모르던 세대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업타운을 알던 사람들에겐 정연준이라는 작곡가가 음악을 호락호락하게 대충 만들어 발표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도 “업타운이 음악을 뚫고 세상에 나온다”는 콘셉트로 제작했다.

“지금의 업타운은 미국 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퀄리티라고 생각해요. 교만이 아니라, 요즘 세대에게 이런 사운드의 음악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전 스튜디오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잖아요. 이런 사운드도 좋은 음악이라는 것, 이런 노래도 필요하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정연준)

“소모적인 일상에서 클래식한 아날로그 음악이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베이빌론)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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