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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와 경쟁인데 LG까지 도전…SK 전기차 충전기의 미래는? [그 회사 어때?]
SK시그넷,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 선두
생산능력 확대·R&D 역랑 강화 통해 입지 넓힐 계획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SK는 흔히 ‘인수합병(M&A)의 명수’라고 불립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 오늘날 재계 2위 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이죠.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지던 하이닉스를 인수, 오늘날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 거듭난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그런 SK가 2021년 대중들에게 생소한 전기차 충전기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바로 현재의 ‘SK시그넷’입니다.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했던 기업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 VS. [SK시그넷 제공]

SK시그넷 전신은 ‘시그넷EV’입니다. 국내 산업용 배터리 회사인 시그넷시스템이 2016년에 설립한 회사이죠.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던 2017년에 시그넷EV는 일찍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시그넷EV가 주목한 제품은 바로 초급속 충전기입니다. 전기차 충전기는 크게 완속(150㎾ 미만), 급속(150㎾ 이상), 초급속(350㎾ 이상)으로 나뉩니다. 전기차를 80% 충전하기 위해 완속이 최대 10시간 걸린다면 급속은 2시간, 초급속은 30분에 불과합니다. 가격 차이도 상당합니다. 완속 충전기가 최대 200만원대인 반면 초급속 충전기는 50배 이상 비싼 1억원을 넘습니다. 이에 시그넷EV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초급속 충전기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350㎾(킬로와트)급 초급속 충전기를 가장 먼저 인증받는 등 성과를 낸 결과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런 시그넷EV의 활약을 눈여겨본 기업이 바로 SK입니다. 친환경 트렌드로 전기차 시장이 향후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인수를 전격 결정한 것이죠.

인수 이후 SK는 SK시그넷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우선 인력 규모를 대폭 늘렸습니다. SK 인수 전 185명에 불과했던 임직원 규모는 올해 5월 기준 2배 이상 늘어난 약 400명이 됐습니다. 지난해에는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SK시그넷은 현재도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 설치된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는 약 2500기에 달합니다.

테슬라·LG전자 견제를 받다
SK시그넷 미국 텍사스 공장 전경. [SK시그넷 제공]

이런 SK시그넷에도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의 존재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할 정도죠.

테슬라 충전기는 글로벌 표준인 CCS(결합 충전 시스템)가 아닌 자체적으로 만든 NACS(북미충전표준)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NACS 방식을 전기차 충전소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자 SK시그넷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SK시그넷 충전기는 그동안 CCS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죠.

전체 매출 중 약 8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SK시그넷에 테슬라의 확장은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의 시장 장악력이 강해지면서 SK시그넷은 올해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시장 경쟁사인 LG전자가 내년 상반기 미국 충전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선보일 제품은 11㎾ 완속 충전기와 175㎾ 급속 충전기입니다. 특히 175㎾ 급속충전기는 CCS와 NACS를 모두 지원합니다.

150억 투자해 연구개발 장비 도입
SK시그넷 통합R&D센터 C-랩에 설치된 내부 테스트 장비. [SK시그넷 제공]

테슬라와의 경쟁과 LG의 도전에 맞서 SK시그넷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 시장 변화에 맞춰 기존의 CCS 방식이 아닌 NACS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입니다. SK시그넷은 올해 베트남에 열린 국제 혁신 엑스포 2023에서 NACS 방식의 커넥터가 적용된 초급속 충전기 V2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생산능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착공한 미국 텍사스 공장은 약 8개월 만인 올해 6월에 준공됐습니다. 1만2694㎡(약 3840평) 규모의 텍사스 공장은 연간 1만기의 충전기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9월에는 경기도 부천에 통합 R&D 센터 ‘C-랩(Lab)’를 개소했습니다. SK시그넷은 150억원을 투입해 50여종의 연구개발 및 테스트 장비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다양한 전기차와 통신·소프트웨어 호환성 테스트가 가능한 최신 차량 시뮬레이터도 도입했죠. SK시그넷 지난해 매출이 1626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연구개발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죠.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이 더뎌지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도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탄소가 글로벌에서 최우선 가치로 굳건한 만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은 크다고 업계는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LG전자에 맞서 SK시그넷이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 지 주목됩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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