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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증원 이대론 낙제점… 재정추계부터 해야” 김장한 의대교수협의회장
“10억대 넘은 필수의료소송 배상액”
“이대로 정원 늘려선 아무도 안가”
“의료소송 국가배상책임제 도입해야”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산부인과 의료소송에 진 의사 1명이 배상하는 돈이 얼만지 아십니까? 기본 10억입니다. 국가가 연대책임을 져주지 않으면 의사를 아무리 많이 뽑아도 지방에 안 갑니다.” 3일 김장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안과 관련,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만으론 필수의료·지방의료 붕괴 문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병원별 재정여력에 따라 의료사고 지원에도 차이가 나면서, 의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봤다.

김 회장은 “환자가 많아 재정여력이 충분한 수도권 병원의 경우 의료소송이 발생할 경우 자체 재원을 써 의사에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지방 소재 병원들은 의사 개인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이럴 바엔 의사 입장에선 집에서 노는 게 돈을 버는 구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의사가 의료사고 소송으로 10억원대 배상책임을 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달 수원지방법원은 의사의 늦은 조치로 신상아에게 뇌성마비 장애를 일으킨 책임을 받는 산부인과 전문의에 1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원준 경북의대 산부인과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전과 비교해 최근 10년간 산부인과 의료소송 200건의 평균 청구 금액은 2억3000만원에서 5억38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생명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필수의료과는 선진국 대비 턱없이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부담 등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복지부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의과 등 필수의료 10곳이 모두 미달했다.

김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의료소송 책임을 국가가 함께 지는 ‘국가배상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해외의 경우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와 의사의 ‘공동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연대 책임을 지고 의사의 형사상 과실을 면책한다”며 “이를테면 분만 수술 과정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개인의 배상금액에 3억원 등으로 상한선을 두고 과실수준에 따라 줄여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는 2025년도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복지부가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통보하면 교육부가 각 대학에 2025학년도 정원배정계획을 안내한다. 대학별 정원배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복지부가 최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이들 의대는 2025년까지 총 2151~2847명까지 증원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원해 4000여명까지 확대를 희망했다.

만약 이번 수요조사 결과대로 의대증원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확대된 의대정원이 지방 병원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미비해서다. 김 회장은 “서울에 향하는 의료 수요는 그대로 존재하고, 지방도 약간의 효과는 보겠으나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은 낙제점이다. 얼마나 적자를 감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재정추계부터 착수한 뒤 적자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놓고 수요조사든, 정원확정이든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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