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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숲서 자란 초록잎, 심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자연·사람 공존’ 도심 속 스마트팜 인기
매장 운영하며 수확한 채소로 요리 제공
국내 스마트팜 6조 시장...콘텐츠로 확대
“도심 텃밭 넘어 체험·힐링 콘셉트 변화”
스마트팜이 있는 서울 마포구 리브팜 신촌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위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풀무원의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 매장에서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저 루꼴라가 여기 들어갔다고요?”

현대적인 복합 쇼핑몰 내 풀무원이 운영하는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 용산점에 들어서면 살아 숨쉬는 초록 잎을 만날 수 있다. 바질, 루꼴라 등 레스토랑에서 키우는 식물들이다. 이 재료들은 ‘트러플감태크림떡볶이’ 메뉴의 고명으로 활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플랜튜드, 리브팜 등 서울 내 F&B(식품·음료) 매장에서 직접 식물을 키우는 곳들이 늘고 있다. 식재료를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넘어 도심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마트팜은 현재 50~60개의 스타트업들이 뛰어든 분야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스마트팜 시장 규모를 약 6조원대로 추산한다. 지하철 역사의 빈 공간을 활용한 메트로팜, 인공 빛 아래에서 재배하는 수직 농장형 스마트팜 등 도심에서 농장을 만날 수 있는 ‘어반팜(urban farm)’ 형태로 계속 진화 중이다. 이들 스마트팜은 기후 변화와 노동력 부족,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하면서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 속 스마트팜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마트팜과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며 샐러드를 판매하는 리브팜은 지난 2021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매장 5곳을 운영 중이다. 압구정,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리브팜 매장에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직 농장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마트팜을 도심 한 가운데 조성해 체험 공간으로 구상 중인 곳도 있다. 스마트팜 회사 넥스트온이 대표적이다. 넥스트온은 코로나19 이후 공실이 많아진 서울 명동의 한 건물을 매입했다. 내년 상반기 이 건물에는 농작물 생산부터 판매, 체험, 소비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매드베리팜하우스’가 들어선다. 넥스트온 관계자는 “2층 어반팜에서 생산된 딸기를 가지고 내려오면 같은 건물의 베이커리와 식당의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체험 놀이동산’ 콘셉트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온은 스마트팜을 활용한 체험 등 콘텐츠로 부가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수확물 판매를 통한 매출로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배하는 작물이 딸기인 것도 수익성과 연관된다.

넥스트온은 현재 강원도 태백, 충청북도 옥천의 스마트팜에서 연중 내내 딸기를 생산한다.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딸기는 여름에 한 팩당 7만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넥스트온 관계자는 “수확물 판매만을 고려하면 딸기나 샤프란 같은 운영비를 감당할 작물을 택해야 한다”며 “우리는 원물 판매를 넘어 ‘농업’을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도심 속 스마트팜과 관련한 실험적인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에 국내 최초의 옥상 온실을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비 369억원을 지원한 이 사업은 스마트팜과 통합하는 그린빌딩을 실증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오는 2025년 서울 강서구의 메이필드호텔 옥상에도 옥상 온실을 만들 예정이다.

연구에 참여 중인 이상민 박사는 “도시 농업은 과거 ‘도심 텃밭’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제 스마트팜을 활용해 도심에 자연 공간을 늘리고, 원예 치유와 힐링 등 경험적인 역할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생명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도시인들이 그 공간을 누리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량·전새날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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