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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 팔던 나라가 반도체·車강국으로...K-경제 성장판 ‘수출’
50년대 철광석·무연탄 수출 의존
60·70년대 경공업·중공업으로 확대
현재 반도체·완성차가 효자 역할
미래가치 높은 산업으로 성장주도

고무신 한 짝조차 우리 손으로 변변히 만들지 못했던 만성 적자국가. 철광석과 무연탄 등 천연자원을 근근이 팔아가며 버텼던 나라. 이처럼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을 현재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이자 기술·문화의 중심지로 만든 원동력은 단연 ‘수출’이다.

변변한 내수시장도 갖추지 못했던 대한민국 산업계는 수출이라는 활로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했다. 정부와 국민들도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신념 하나로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보탰다. 덕분에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가 성장했고, 산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기술 발전이라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가 오는 5일 무역의 날 제정 60주년을 맞아 한국 수출산업이 거쳐온 길을 되짚어 봤다.

무역의 날이 최초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4년 8월 26일이다. 그해 11월 30일 연간 수출 누계가 목표치에 이르자 정부는 당일을 ‘수출의 날’로 확정했다.

1990년에는 수출의 날 명칭이 ‘무역의 날’로 바뀌었다. 이어 2011년 12월 5일 우리나라가 세계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이듬해인 2012년부터 무역의 날이 12월 5일로 변경돼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의 무역의 날은 ‘수출 1억 달러’와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라는 역사적 순간이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지난 1950년대 우리 수출은 광물자원 수출에 의지했다. 매년 2000만~3000만 달러 정도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준에 불과했으며,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수출주도형 경제’를 앞세운 정책으로 수출 성장세가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

1964년에는 우리 수출이 1억달러를 돌파(1억1906만 달러)했고, 1967년에는 우리 정부가 GATT(관세 및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에 가입하면서 이듬해부터 우리 수출은 폭발적인 성장세(4조5540억 달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0년대에는 기존 수출의 중심을 차지하던 철광석과 중석, 무연탄 등 광물의 수출이 많았다. 여기에 생사(실)와 돈모(돼지털) 등 경공업 중심의 생산물이 본격적으로 더해졌다.

1970년대부터는 우리 경제는 중공업 중심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선박과 석유화학제품 등이 수출 제품의 주력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수출액은 1971년에는 10억6760만 달러를 기록하며, 1964년 수출의날 지정 대비 10배 늘어났다. 6년 뒤인 1977년에는 100억4645만 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하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1980년대 우리 수출은 3저(달러·유가·금리) 호황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1986년에는 수출액이 347억1447만 달러, 무역수지 ‘31억3057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흑자 달성 원년이 됐다.

기업들도 생산을 늘리며 수출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포스코는 1978년 ‘단군 이래 최고의 공사’라 불리는 포항제철소 3기 준공을 하고, 1980년대에는 4기 건설, 또 광양제철소 1기 건설로 생산량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고, 현대자동차도 1984년 캐나다에 진출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출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 수출의 주력 품목은 의류와 신발, 고무 제품 등 ‘고급 경공업’ 제품부터 철강판과 선박, 음향·영상기기 등 가전제품까지 다변화됐다.

1990년대 들어 수출액은 점차 늘어갔지만, 무역수지는 나빠졌다. 유가와 인건비가 상승했고 중국 정부의 개혁·개방 기조 속에서 저가 중심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우리 수출 상품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속출했다.

하지만 우리 산업계는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첨단기술 분야로의 산업재편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98년 수출액 1323억1314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07년까지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이후부터는 ‘수출 역군’이 되는 첨단 품목군들이 도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된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 1위 품목에 등극하며 효자 역할을 했다. ‘현대(Hyundai)’ 마크를 앞세운 자동차와 ‘애니콜(Anycall)’에서 ‘갤럭시(Galaxy)’까지 이어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신화, 정유·화학과 디스플레이도 우리 수출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며 우리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는 악재도 겹쳤다. 다만 올해는 미래 모빌리티 확장과 함께 전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는 등 완성차업계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최근의 위기를 보는 우리 수출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대내외적 위기를 되레 우리 수출의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 수출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산업군이 경기의 영향을 타는 경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를 기반으로 삼아 노사관계나 기업 법인세 문제를 해결하고 배터리나 전동화 자동차, 친환경 선박 등 향후 미래가치가 높은 산업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룬다면 우리 수출이 더욱 다양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우·김지윤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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